성명/논평

[논평] 조OO 아동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1. 우리는, 성범죄가 특히 여성에게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반인권적이고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범죄라는 점을 확인합니다.


1. 우리는, 아동의 인권 보장은 사회의 중요한 의무이며, 아동의 권한 강화라는 맥락에서 아동에 대한 특별한 지지와 지원,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합니다.


1. 우리는, 성범죄 가해자에 대해 법률에 따른 엄격한 법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이 권력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거나,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 이루어지거나, 사법절차에 의하지 않고 개별적/개인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 역시 분명히 합니다. 이러한 원칙은 우리 모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1. 우리는, 조OO 아동 성폭력 사건 역시 피해아동에 대한 심각한 반인권적 범죄라고 판단하며, 가해자는 엄격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아동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 전체가 사회 모든 영역에서 함께 노력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1. 동시에 우리는,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기관과 보수적인 언론들이, 형벌의 경중 문제만을 부각시키면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되었던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 남성 중심의 사회문화 개혁 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지금까지 남성의 각종 성범죄에 대해서 매우 관대하고 제대로 된 처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회적 경향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개별 아동 성범죄 사건의 ‘처벌’에 대해서만 치중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평가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그들이 보이는 반인권적인 인식과 행동, 정치적 의도에 대해 우려를 느낍니다.


1. 우리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질 뿐, 실제로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정책 수립 및 교육,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지원 등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정부기관이 그저 분노한 여론에 편승하여 전자발찌의 무기한 착용이나 보호관찰제도의 확대, 화학적 거세 등의 자극적이고 손쉬운 ‘처벌 강화’의 방편들, 하지만 근본적이지도 인권적이지도 않은 미봉책들을 꺼내어놓는 모습은 실망과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합니다.


1. 또한 우리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맞추려는 정부기관과 언론들이 성인 여성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아동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입장을 취하는 모습이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동석한 여성을 성추행했던 최연희(현 18대 국회의원, 무소속,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2심에서 벌금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함으로써 사실상 무죄를 선언했던 사법부의 판결과, 그 성추행이 술 때문이라며 술잔을 망치로 깨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박진(현 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관대했던 언론들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언뜻 엄격해보이면서도 사실 전체적으로 남성이 저지르는 성범죄에 대해 매우 관대한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아동에 대한 성범죄 역시 절대로 예방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그런 사회 속에서 피해자 아동은 성장하는 동안 점점 더 심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현재 정부기관과 언론의 무책임함과 위선적인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1. 우리는, 이런 반인권적인 ‘처벌’ 중심의 논의가 일정한 정치적 흐름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정부는, 몇몇 특정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형벌을 과도하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집회 또는 시위, <아동> 성범죄 등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고 형벌을 강화하려고 하지만, 기업이 저지르는 부당노동행위나 탈세 등의 불법행위, 고위 공직자의 위법행위나 업무상 책임 등에 대해서는 법을 느슨하게 적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렇게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법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사회를 통제하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는 결국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낳게 됩니다.


1. 우리는, 성폭력의 근절이 매우 어려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통감합니다. 남성 위주의 권력사회 속에서 성폭력은 곳곳에서 일어나며,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막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성폭력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분노를 부추기는 것은 더더욱 성폭력의 예방을 어렵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아동 성폭력 사건이 또 한 차례 공론화된 것이, 부디 정부기관과 언론,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성폭력의 본질과 예방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진지하게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9년 10월 8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