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의 한달

9월의 인권으로 읽는 세상

이 세상에 넘쳐나는 ‘인권’이라는 말 속에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하고 어떤 이야기를 이어가야 할까요. 함께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매주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씁니다. 기사 제휴를 통해 프레시안과 비마이너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 외교관 성희롱 사건’에 책임지는 국가의 모습은?

‘전 뉴질랜드 외교관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에게 '국격'을 이유로 사과할 수 없다고 선언한 강경화 장관의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반이 넘도록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여당 국회의원은 피해자의 성별이나 외모를 언급하며 문화적 차이 운운하기도 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정부와 국회가 내보내는 메시지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에 대응할 의지가 없다는 시그널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제대로 해결할 외교부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지금 택배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지난 8월 14일은 택배 없는 날이었습니다. 대통령도 나서 “택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택배 노동자의 쉼을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과연 택배 노동자들의 쉼을 위해 소비자들이 주문을 잠시 멈추거나, 국가와 기업이 나서서 휴무일 하루를 보장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택배 없는 날이 아니라, 택배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는 일입니다.

 

차별의 꼬리표를 평등의 깃발로 만드는 순간

8월 17일 서울 국회 앞을 출발해 2주 동안 26개 도시를 순회하며 2,000km를 달린 평등버스는 반차별 운동의 기틀을 26개 도시로 넓히는 과정이었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특정한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집단에 속해있다는 이유만으로 꼬리표를 붙이는 차별적인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듣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차별의 근거로 작용해온 꼬리표를 평등과 자부심의 깃발로 바꿔나가는 반차별 운동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아동 성폭력 대책, ‘괴물’이 아니라 아동이 처한 조건을 보라

흉악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과 언론은 더욱 강력한 처벌 대책만을 제시하기 바빴습니다. 아동 성폭력 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등장한 ‘보호수용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제도 신설이 아닙니다. 아동 성폭력 대책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미 존재하는 법조차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채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해온 사법부, 범죄자 교정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현 수감제도,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소리 낼 수 없도록 만들어온 사회가 변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