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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논평

[성명]국회는 테러방지법안 심의를 즉각 중단하라!

국정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할 때다.
국회는 테러방지법안 심의를 즉각 중단하라!

최근 파키스탄 출신 귀화 한국인이 국정원으로부터 '정보원' 역할을 강요받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러한 사실을 진정한 사건이 있었다. 국정원이 이 사람에게 요구한 것은 이슬람사원에 모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동향을 알아오라는 것이었고, '테러리스트를 잡아주면 집을 사주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11월 3일 국가정보원은 "국내 이슬람권 출신 외국인 거주지역에 국제 테러분자 침투 예방을 위해 국정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통상적인 정보활동"이었다고 반론을 펼쳤다.

단지 이슬람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테러 위험 인물로 낙인찍고 일상적인 감시를 하려 하는 것이(이미 실제로 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국정원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일상적인 감시와 통제를 아무런 거리낌없이 '통상적인 정보활동'이라고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 또한 국정원인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국정원이라는 비밀정보기관이 갖는 위험성을 다시금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내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국회의원실을 도청하고, 민주화운동 세력을 일상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사찰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도 국정원의 감시의 촉수에 걸려든 셈이다. 이것이 과연 '테러방지', '해외정보 수집과 교류'를 위한 활동이라고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인가? 우리가 이것을 용인할 때, 개인들에 대한 국정원의 감시 체제는 더욱 우리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뻗쳐 나가게 될 것이다.

현재 국정원이 혈안이 되어 입법을 추진 중인 테러방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이러한 위험성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 분명하다. 테러방지법안에 따르면, 국정원이 다른 행정기관의 정보업무를 총괄하고 대테러활동을 기획·지도·조정하게 된다. 법원의 허가 없이 대통령의 승인만으로도 감청(도청)을 할 수 있는 대상을 확대했다. '테러의 위험성'이 있다는 모호하고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외국인이 입국하지 못하거나 강제 출국당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욱 높아진다. 계엄 상황이 아닌데도 평상시에 군대가 동원될 수 있도록 길을 트는 것이 또한 테러방지법이다.

정보기관은 정보활동을 무한정 확장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으며 집중되는 정보는 정보기관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게 마련이다. 정보기관은 비밀성과 효율성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항상적인 위협요소일 수밖에 없다. 이미 국정원은 충분히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지금도 '테러 우려'를 빌미로 개인들에 대해 광범한 사찰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지금은 국정원의 권한을 더욱 키울 테러방지법을 만들 때가 아니라, 국정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할 때다.

국회는 테러방지법안의 심의를 즉각 중단하고, 국정원 개혁에 발벗고 나서라!

2003년 11월 11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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