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이야기

“인간답게 살아보자”

촛불1년 인권궐기대회를 다녀와서

촛불1년 인권궐기대회 ‘인간답게 살아보자’(이하 궐기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궐기대회는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흥겨우면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힘있게 외치는 자리였는데요. 본격 대회에 앞서서는 ‘인권’과 ‘평등’이 적힌 커다란 공에 자유롭게 한마디씩 적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라’ ‘청소년 참정권 지금당장’ ‘싸드가고 평화오라’ 등 참가자들이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 4시가 되자 본 무대가 시작되었습니다. “성소수자인 저에게는 지난 1년 동안의 시간이 그리 축하할만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첫 발언이 시작되었는데요. 군대내 성소수자 색출사건, 정부나 국회에서 쏟아지는 혐오 발언 등을 이야기하며 1년이 지나도 여전한 인권의 현실 앞에서 우리가 기념해야할 것은 촛불이 시작된 1년이 아니라 우리가 이어온 뜨거운 연대라는 말로 마무리된 발언은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후 차례로 이어진 홈리스, 청소년, 장애인 인권활동가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이야기이면서도 동시의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거리에서 쫓겨나고, 폭력에 노출되며,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모습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가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인간다움은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무대행사를 마치고 시작된 행진에서는 정말 다양한 구호가 있었는데요.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수용시설 폐지하라! 사드가고 평화오라!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세월호진실 규명하라!

낙태죄를 폐지하라! 청소년의 참정권을 보장하라!”

이 구호마다 끝에 “지금 당장!”을 함께 외쳤습니다. 우리의 권리가 정치인의 손에 의해 나중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정당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간결한 네 글자에 담아 힘있게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하면서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르메이에르빌딩 앞과 세월호 광장 앞에 멈춰서 각각의 싸움들이 지금은 어디쯤에 와있는지 이야기 나누며 앞으로의 과제를 확인했습니다.

 

이번 궐기대회 선언문에서는 이런 문구가 나옵니다. ‘우리의 삶이 그대로라면 세상도 그대로다.’ 5개월 내내 촛불을 들어 대통령도 갈아치웠는데 우리의 삶도 세상도 그대로라면 허무하기가 이를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궐기대회의 이름이 ‘인간답게 살아보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달라졌다라고 말하려면 우리를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라는 일종의 협박성 슬로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촛불 1년을 기념하는 것은 그 자체가 기념이라는 것보다 1년을 계기 삼아 다른 세상을 향해 우리가 한 발짝 내딛었는지 주위를 살피고, 앞으로 함께 나아가는 연대를 만드는 기념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야 세상도 우리를 인간답게 대할 테니까요. 이번 궐기대회는 이런 힌트를 저에게 준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고민을 더욱 이어나가라는 듯이 말이죠. 내년 촛불 2년에는 조금 더 다른 세상에 발을 내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궐기대회에서 함께 읽었던 선언문을 나눕니다.

우리의 선언

 

우리는 성소수자이고 장애인이며,

청소년이고 홈리스이자, 여성이며

나중으로 밀려난 모든 사람이다.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다 말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우리의 삶이 그대로라면 세상도 그대로다.

민주주의는 혐오와 함께 갈 수 없으며

빈곤과 폭력의 철폐는 아직 약속되지 않았다.

민주주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인권은 목숨이다.

인권은 몸 뉘일 집이고 따뜻한 밥이며,

웃음 담은 인사이고 맞잡는 손이다.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상식과

우리는 모두 동료 시민이라는 약속이 인권이다.

인권이 위태로울 때 촛불혁명은 완수될 수 없다.

우리가 인권을 누리는 만큼 민주주의도 전진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답게, 사람답게 살겠다는 도전을 멈출 수 없다.

누구도 차별당하지 않는 세상,

빼앗기고 쫓겨나지 않는 세상,

누구의 삶도 유예되지 않는 세상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외치자.

인간답게 살아보자!

 

2017년 10월 28일

촛불 1년 인권궐기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