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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11월 14일 '민중총궐기' 그 자리에서 만납시다.

[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살고 있던 자리는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 어느 날 내가 살던 마을에 송전탑이 세워진다. 당신이 다니던 직장 바로 옆자리의 사람은 해고된다. 자주 가던 단골가게는 치솟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난다. 정규직이던 누군가는 도장한번 찍었다가 비정규직이 되고, 무수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문자 한통에 직장을 잃는다.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라 이야기 하며 권리가 박탈된 채 더욱더 경쟁으로 내몰리고 우리는 또 다시 수능을 마주한다. 누군가는 취업난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해고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가난해 시달린다. 어느덧 가난은 죄가 되었고, 정작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찍어 눌러진다.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은 차별과 혐오의 대상으로 입에 오르내리고 공격당한다. 농민의 삶이 무너져도, 경제만 성장하면 그만이다. 그 사이 한반도는 몇 번이고 곧 전쟁이 날거 같았다.

그럼에도 경제는 성장한다. 한국의 대기업은 국제적인 기업이 되고, 즐겨보는 외국 스포츠팀 유니폼에 로고가 박힌다. 세계적인 기업, 100대 부호,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 붙은 한국 기업의 입간판, 나/너의 삶은 위기로 내몰리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의 기업의 위치는 올라가고, 한국 재벌은 세계 100대 부호가 되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정부는 사회정의를 실현하겠다고 한다. 동일한 사회정의인데, 정부가 말하는 사회정의는 나를 더욱 괴롭힌다. 오롯이 기업과 가진 자만을 위한 사회정의이다. 99%가 1%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게 사회정의이고,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기업을 위해 나를 희생하라 한다. 어느덧 정부가 '올바른'의 뜻도 결정한다. 나/너가 생각하는 올바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부가 결정하는 '사회정의' 정부가 결정하는 '올바른'이 곧 도덕이고 가치의 기준이다. 그리고 그 안에 인간에 대한 존중과 존엄은 존재하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외치는 '민중총궐기'

11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15만 명 이상이 모이려 한다. '민중총궐기' 참 익숙하면서 낯선 단어들의 조합이다. '민중총궐기'에서 요구하는 이야기 중에도 역시 낯선 이야기도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내가 살아남기도 바쁜 세상에서 모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다 알 순 없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멀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그건 내가 사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처럼 누군가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나와 누군가, 우리가 함께 살고 싶은 오늘과 내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을 불안해하고 싶지 않다. 불안정한 일자리, 내일 내자리가 없어지는 직장을 원하지 않는다. 모내기를 하며 가을 추수를 걱정하고 싶지도 않다. 언제 내 가게가 단속될지 불안해하고, 내가 하는 정치․사회적 발언이 국가기구에 검열당하고 싶지도 않다. 오로지 영리를 위해 움직이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도 않다. 병원이 영리를 위해 움직이고, 원전과 케이블카의 위협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교육이 영리가 아닌, 인간을 위해 움직이길 바란다. 권리를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도 살고 싶다. 일터에 가면 사라지는 권리, 학교에 가면 사라지는 권리, 가정에 들어가면 사라지는 권리가 아닌, 내가 어디에 있던 한명의 인간으로서 권리를 누리고 싶다. 또한 내가 보고 듣고 판단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주체로 살고 싶다. 정부가 올바르다 이야기하는 역사가 아닌 내가 보는 역사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하고 토론하길 원한다.

또한 차별받지 않고 존엄한 인간으로서 살고 싶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예산맞춤형 장애등급제와 가족을 핑계로 가난한 이들을 복지제도 밖으로 밀어내는 부양의무제로 인해 고통을 겪는 세상이 아닌 존엄한 나로서 사회에 살고 싶다. 전쟁의 위협이 아닌 평화로운 삶도 살고 싶다. 한반도에 미사일이 배치되고, 남북이 서로 대치하지 않고 평화롭게 교류하는 사회, 옆 나라가 군국주의와 무장화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곳에 살고 싶지 않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평화롭고 안전한 인간으로서 존엄한 사회, 불안정하지 않고 권리의 주체로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 이것만이 있을까? 아마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에 나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더욱 이어보자.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 글을 쓰며 내가 원하는 건 지금 뭘까? 다른 것보다, 옥탑에서 나와 조금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낼 든든한 지붕 밑에 살고 싶다. 월세 부담에 옥탑을 찾아다니고 싶지 않다. 그날 광화문광장에는 분명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날 나와 당신은 함께 외칠 것이다. '안정적인 집에 살고 싶다.' 그 메아리는 우리 모두 안정적인 집에 살 권리,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를 만드는 목소리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 원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광장에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이 원하는 무언가는 또 다른 사람의 무언가일 것이다. 그 목소리들이 모일 때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로 사회에 전달된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만나고 모일 때, 1%의 가진 자들이 결정하려는 사회의 가치를 우리가 원하는 가치로 바꾸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11월 14일 광화문 광장에서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외쳐보자.

덧붙임

훈창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