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후원인 인터뷰

일에만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언젠가를 꿈꿉니다

치즈피자 님을 만났어요

이번 호에서는 2010년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사랑방 후원을 시작한 치즈피자 님을 만났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많이 이야기해주셨는데,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방이 만나고 있는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이 자꾸 연상되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회사란 인생의 대부분을 올인하는 곳이지만, 회사는 사정에 따라 너무도 쉽게 사람을 소모시키고 버리기까지 합니다. 일에만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진 언젠가를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야근을 마치고 늦은 시간, 기꺼이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 안녕하세요. 본인에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역회사에서 해외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어요. 2010년부터 일해서 어느덧 5년이 넘었네요.

◇ 어떻게 사랑방을 알고 후원을 하게 되셨나요?

학교 후배가 자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얘기해줘서 인권운동사랑방을 알게 되었어요. 꽤 오래 전 일인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2010년 지금의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후원을 시작했고요. 강제는 아니었지만, 후배의 적극적인(?) 권유가 있었답니다. ㅎ

◇ 사람사랑 소식지 등 사랑방에서 전하는 소식들을 챙겨보시나요?

사람사랑 소식지는 우편물로 받아보고 있어서 꾸준히 챙겨보는 편이에요. (민망하지만 화장실에 두고 열심히 읽어봅니다. ^^::) 그런데 솔직히 내용에 집중해서 읽기보다는 이런 활동들을 하고 있구나 그런 것을 확인하는 정도인 듯하네요. 밀양이나 세월호 등 이어지는 소식들을 통해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요. 인권의 문제, 어려움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서 안쓰러움이 들 때가 많아요.

◇ 최근 관심을 갖는 이슈가 있으신가요?

다양한 뉴스가 많긴 한데 별로 관심을 갖지는 않게 되네요. 특히 내년 총선 앞두고 공천제다, 선거구다 선거 관련 뉴스가 많잖아요. 뉴스로 보고 듣기는 하는데 무관심하게 되네요. 정치권이라는게 그 밥에 그 나물 같다는 생각이 들고, 싸웠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붙었다가 또 싸웠다가 이런 모습만 보게 되니까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것처럼 거리를 두게 돼요. 요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말이 많던데 잘은 모르지만 그냥 좋은 말 갖다 붙여 내놓은 총선용 상품같네요. 보이스피싱이랑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

◇ 무관심하게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이전과 비교를 해보면, 지금은 돈 버는 것에 제 인생의 95%가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사람들과의 관계라던가 새로운 것을 배운다거나 여행을 계획한다거나 어떤 이슈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것을 함께 이야기할 상대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일하고 와서 밥 먹고 좀 쉬면 금방 밤이 되고 내일 아침 다시 출근해야 하니까 잠자기 바쁘고 그런 게 반복되거든요. 직장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올인하다보니 뭔가 다른 것에 관심을 둘 만한 여유가 시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것에 점점 길들여지게 되는 것 같고요.

◇ 일하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점 그런 게 있으시다면?

크게 2가지인 것 같아요. 하나는 직장 내에서의 대인관계고요, 다른 하나는 일의 양이요. 업무라는 게 내가 혼자 무엇을 하는 게 아니고 서로 엮여져서 하는 것이잖아요. 부탁도 했다가 지시도 했다가 서로 언쟁도 높이게 되는데 개인 성격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계급식이고 군대식 같은 수직적인 상하구조의 문제가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다니는 직장까지 그동안 회사를 3곳 다녀보면서 경험한 바로는 정해진 근무시간 안에 할 수 없는 일이 주어진다는 거에요. 팀에 던져지면 그 팀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것이고, 집에 가지 말든 주말을 반납하든 밤을 새든 상관없이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인 거죠.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게 자랑처럼 얘기될 때가 많은데 직장생활을 해보니까 이렇게까지 사람을 쥐어짜면서 한 거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 반월시화공단노동자들을 만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비슷하게 연상되는 장면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하고 있는 일 때문에 가끔 안산공단에 갈 일이 있어요. 예전에 처음 갔을 때는 차에서 내리는 순간 코로 훅 들어오는 화학염료 냄새에 놀랐어요. 기본적으로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착용한 사람들을 보기 어려웠어요. 닥치는 대로 후딱후딱 일해야 하는 사정이다보니 그런 것을 챙기는 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았습니다. 더 열악하긴 하지만, 100% 올인해도 부족하다는 것은 어느 직장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인권침해를 당한 적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많다는 공단노동자 실태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소식지에서 봤었는데요, 구체적으로는 다르겠지만 제가 겪는 현실에서도 비슷한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저희 회사도 회사 사정에 따라 신규로 채용하고 갑작스레 해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부당해고는 문제가 되니까 사람을 내보내는 방법을 쓰는데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 같아요. 아주 사소한 것도 꼬투리를 잡고 괴롭힌다거나, 받아들이기 어렵도록 먼 곳으로 갑자기 발령을 낸다거나, 회사 공고문으로 직급이 떨어졌음을 공개해서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거나 그렇게 해서 먼저 그만두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거죠.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칼바람이 지나갈 때 뭔가 대응하겠다고 나서기가 어렵네요. 당장 밥그릇이 중요하니 말을 아끼게 되고, 다음 타겟이 안 되길 바라면서요... 학교나 군대와 같은 방식과 다를 바 없는 작동원리가 직장에서도 작용하는 거지요. 효율적, 효과적으로 조직이 굴러가야 한다는 명분을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통제하고 장악하는 것이고요.

◇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으로 일하는 것이 더 열악해지고 어려워지는 게 걱정스러운데 어떠신지?

노사정 합의했다고 하지만, 그 합의가 누구를 위한 합의인지 묻고 싶네요. 당장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어서 긴장이 막 되지는 않지만, 더 쉬워지는 해고, 더 낮아질 수 있는 임금이 제게 현실로 닥쳐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니 걱정은 되지요.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로 싸우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언젠가는 내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딱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했을 때 별로 떠오르는 게 많지가 않네요. 그래서 씁쓸하기도 하고 변명일 수도 있지만, 진실을 외면하는 것도 그런 걱정과 불안을 견디기 위한 방법이 되버리는 것 같아요. 당장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잊어버리는 것 말이에요.

◇ 마지막으로 더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사랑방을 후원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꾸준히 소식들을 접하면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애쓰는 여러 사람들이 있구나 자극도 받고 안도감 같은 것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것이 차츰차츰 쌓이고 커져서 이 사회가 조금은 나아지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