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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노동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반월·시화공단권리찾기모임 월담에서 최근 안산역 근처에 사무실을 얻었다. 그런데 월담 사무실이 있는 층에만 2개의 파견업체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모습은 그 건물만의 모습은 아니다. 안산역을 비롯해 반월·시화공단 지역에 인접해 있는 지역에 있는 건물들에서는 쉽게 파견업체 간판을 볼 수 있다. 안산역에서는 출퇴근 시간에 노란 봉고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파견 노동자들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반월·시화공단에서는 파견이 일상화되어 있다. 실제로도 한국에서 가장 많은 파견 업체가 몰려 있는 곳이 안산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반월·시화공단 내 파견업체 수는 2010년 하반기에 156개였으나 2014년 하반기에 303개로 늘어나 4년 사이에 거의 2배 정도 증가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만큼의 불법 파견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행 파견법 상 제조업은 파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1998년 파견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파견 확대에 반발하여 싸워왔던 노동자들의 힘에 의해 그나마 막아낸 부분이다. 하지만 예외 조항으로서 일시‧간헐적 업무에 한해 제조업 파견을 허용한다는 문구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낳고 있다.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파견 노동자의 97.9%도 파견법의 그 허점을 이용해 일시‧간헐적 업무라는 핑계로 제조업에 몰려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6개월 내외의 짧은 기간 동안 일하다 어느 순간 해고되고 또 다른 제조업체로 넘어가 다시 단기간 파견 업무를 하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용노동부 자료(2012)에 따르면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자 평균임금은 133만원으로, 전국 파견노동자 평균임금 162만원의 82.2%에 불과하며 전국 정규직 평균임금인 271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파견업체의 경우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보험의 혜택을 못 받는 경우들이 있고, 임금 및 수당을 비롯해 공장 내 차별 문제 또한 심각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파견노동이 노동법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법은 노동력을 활용하는 이들에게 사용자 책임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제3자가 중간착취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파견법은 이러한 노동법의 근간을 모두 흔들고 있다. 사업주는 파견 노동을 활용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명시되어 있는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그리고 명목상 사용자 역할을 하는 파견 업체들은 수수료를 착취함으로써 파견 노동자들을 더욱 저임금의 덫으로 내몰고 있다. 노동력이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 간주된 현실 속에서 파견 노동자들은 노동재해(산업재해)를 당해도,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 하여도 실질적인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공단 지역의 저임금을 유지시키는 도구로서만 남게 되었다.

일부 자발적 임시직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비자발적 파견노동자들은 고령자, 경력단절 여성, 이주노동자 등으로 취약한 신분으로 인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회적 약자들인 경우가 많다. 정부의 의무인 취업 알선을 비롯한 공공고용 기능이 거의 유명무실한 현실에서 이들은 그나마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파견업체를 필요악으로 여기게 된다. 공장을 떠돌며 일 년에 몇 번이고 반복되는 고용과 해고는 일상이 되었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해고 과정에서의 인간존엄성의 훼손 등은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어느덧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말이 무색해져버렸다. 혹시라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 하여도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느냐부터 혼선이 생긴다. 여러 공장을 떠돌아다니는 파견노동자들 입장에서 뭉쳐서 집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쉽지 않다. 공장 안에 원청과 하청의 정규직‧비정규직, 파견노동자 등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파견을 비롯한 불안정 노동의 확산은 책임지지 않는 사업주의 확산을 넘어 노동자의 노동권 요구를 위한 행동마저 제약하는 현실이 지금 우리 노동 현장의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5월 30일에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원 122명 전원 명의로 공동 발의하였다. 정부와 자본은 뿌리산업 보호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불법적인 제조업 파견에 면죄부를 주고, 고령자와 전문직에 대해 파견 허용 범위를 넓히는 등 파견노동을 더욱 확대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노동의 불안정성이 노동자의 삶을 흔들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지금에 있어 파견노동에 대한 우리 공동의 모색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지금이다. 7월 9일에 파견노동포럼이 열린다. 이 자리에서 해결책이 나올 수는 없겠지만 공동의 대응을 고민하는 첫자리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어보자.
7월 9일 파견노동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는 포럼을 홍보한느 웹자보

▲ 7월 9일 파견노동의 문제점과 대안을 논의하는 포럼을 홍보한느 웹자보


덧붙임

초코파이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