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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경의 인권이야기] 모디 정부의 ‘노동 개혁’에 맞선 인도 전국 총파업

9월 2일 인도 노동자들이 전국적인 총파업에 나섰다. 이번 총파업은 지난 5월 인도 내 14개 노동조합 총연맹과 은행, 보험, 방위산업, 철도, 중앙 및 지방 공무원,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산업별 노동조합 연맹 등 사실상 모든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발의한 데에 따른 것이다. 파업 참가자 수로만도 엄청나다. 전국적으로 1억 5천 명이 참여했다는데 전체 인구수 대비 비율을 따지면 한국에서 600만 명이 동시에 파업에 나선 셈이다. 모디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노동 개혁’에 관한 노동조합과 정부 간의 협상이 결렬되자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일손을 놓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모디 정부는 인도를 ‘해외 투자자들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고용과 해고를 더 쉽게 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법 적용을 더 느슨하게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노동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형식적으로 노동조합법, 노동쟁의법, 산업고용법 등 여러 개의 노동법을 통합하면서 동시에 적용범위를 축소하려는 것이다. 가령 현행 노동법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정부 승인 절차 없이 정리해고를 실시할 수 있는데, 기준을 300인 미만으로 변경하여 자유로운 해고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설명에 따르면 인도 내 제조업 부문 업체의 85%가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30인 미만 사업장이 58%를 차지할 정도로 중소 영세기업의 비중이 크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해고가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작업장 안전 및 복지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는 공장법은 현재 전력공급 시설이 있는 사업장은 10인이상, 없는 사업장은 2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이를 각각 20인/40인으로 변경하여 적용범위를 축소한다.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원청 및 하청업체의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규정한 기간제법은 현재 2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예외 대상이지만 이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변경한다. 반면 노동조합 설립 요건은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데, 현행 규정으로는 한 사업장 내 종업원 10%를 조직하면 노조 설립신고를 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을 30%로 높이게 된다.


정부는 고용과 해고 절차에 유연성을 확대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러한 ‘노동개혁’안은 노동법의 보호와 노동조합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근거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 마디로 모디 정부의 노동법 개정이 해고를 쉽게 하고, 노동법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범위를 축소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날개를 꺾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번 인도 전국 총파업은 규모와 참여율 외에도 모든 노동조합이 단결하여 공동의 요구를 마련하고 공동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노동조합은 이번 파업을 통해 모디 정부의 노동법 개악안을 단호히 반대하며, 오히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현행 4,000루피-약 71,000원-에서 15,000루피-약 270,000원-로),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임금과 수당을 지급하고, 모든 노동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면 45일 내에 의무적으로 설립필증을 교부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법이 너무 많은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서, 노동조합이 너무 많아서 인도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도 정부의 주장은 “정규직이 과보호되어 청년실업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연상케 한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해고를 더 쉽게 하고 노동조합의 권리를 축소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또 더 많은 노동조합, 더 많은 권리, 더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목소리 역시 국제적이다.

덧붙임

류미경 님은 민주노총 국제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