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오름 > 미성숙 폭동

[미성숙폭동] 청소년의 성적 권리, 2013년의 열가지 뉴스

2013년 한 해를 돌아보며 청소년의 성적권리에 대한 중요하거나 논란이 된 사안들을 열 가지로 뽑아보았습니다.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였으며, 관련 기사 링크를 첨부하였으니 같이 보아 주세요:)

1. 누드사진 보다 걸린 심재철 의원, '청소년 보호' 방안 찾기 위해 보았다며…….

3월 국회 본회의 도중,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누드사진을 보는 장면이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논란이 되었다. 심재철 의원은 수일간 해명하지 않다가 4월이 되어서야 '성인인증 없이 성인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지' 실태를 파악하여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누드사진을 검색한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청소년이 스마트폰을 개설할 때 청소년관람불가매체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판매자가 청소년의 보호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골자로 한 정책을 발표했다. 5월 30일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은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청소년 보호를 운운하며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하려는 행태를 비판하고, 철회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누드사진 보다가 걸리자 청소년 보호를 위해 그랬다고 해명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역시 아직 한국사회는 '청소년 보호'가 강력한 이데올로기이자 뭐든 변명할 수 있는 무기인 것 같다. 참고로 한국의 포털사이트는 성과 관련한 단어, 예를 들어 '콘돔'만 검색해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성인인증을 요구한다. 그러나 구글 등 해외사이트는 가입을 하거나 성인인증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기 때문에 심재철 의원은 해외사이트까지 막아야 한다며 개정안을 발의했던 것이다(-_-).

관련 기사: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98454


2. '나는 처녀가 아니다' 자신의 성적 권리를 이야기하는 청소년들

4월부터,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에서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성적 경험과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과 사진을 받아 온라인으로 릴레이 게재하는 '나는 처녀가 아니다 -청소년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발칙한 선언' 캠페인을 진행했다. SNS에서는 열띤 반응이 돌아왔고, <한겨레 21> 특집 기사로 실리며 이를 모티브로 한 출판 제안을 받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또 청소년이 '나는 처녀가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의 충격성 때문인지 일베 등의 사이트, 페이스북 페이지, 블로그들에서도 논란이 되며 유포되었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청소년을 비하하거나 여성을 혐오하였다. '나는 처녀가 아니다'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든 활동가들의 사진도 유포되어 혐오와 성희롱을 하는 댓글들에 활동가들이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청소년의 성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액션으로써 이제껏 무엇보다 뜨거운 반응을 받은 것 같아 소정의 성과는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관련 기사: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4519.html



3. 친고죄 폐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처벌 강화……. 그리고?

60여 년간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했던 성폭력범죄 친고죄가 6월 폐지되었다. 이와 함께 성폭력 관련법들도 개정되었는데, 이제 피해자의 고소 및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고,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에서 '사람'으로 개정해 성인 남성에 대한 강간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소지한 경우에도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구강, 항문성교 등 유사강간에 대한 신설조항이 만들어졌다. 뿐만 아니라, 13세 미만 아동, 청소년과 장애인에 대한 강간과 준 강간의 공소시효가 없어지고, 피해자 국선 법률조력인 지원을 전체 성범죄 피해자가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13세 미만이나 장애를 가진 피해자는 진술조력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성범죄자 신상정보를 법무부에서 통합 관리하고 집주소를 건물과 도로명, 식별할 수 있는 선명한 사진까지 공개하는 등 성범죄 처벌, 관리도 아주 강화되었다.

친고죄는 당연히 폐지되었어야 될 악법이었고, 강간죄의 대상을 모든 사람으로 확대한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또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도 환영할 일이지만, 성폭력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처벌을 강화하고 신상정보를 온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성폭력은 권력관계를 바탕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여전히 모든 권력관계에서 약자로밖에 남을 수 없다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은 결코 예방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성범죄자 가중 처벌 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또 가정에서는 오히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성폭력을 조심하라고 행동을 제약하는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비청소년과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 맺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자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관련 기사: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306200100160760012464&servicedate=20130619



4. 교사와 학생 사이의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 실망스러운 언론의 보도 행태

7월 한 단체에서 “교사와 학생이라는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단체는 여성 학생을 대상으로 남성인 교사가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가해왔고, 그 결과 학생이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으며 학생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교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을 비판하였다.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많은 보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이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서술하지 않고, 교사와 학생이 오랫동안 연인 관계였다는 내용을 실었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생 간의 성관계와 낙태수술에만 초점을 맞추어 그들 관계의 비도덕성을 강조하며 가부장적인 시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실망스러운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청소년은 여러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 중 교사-학생의 관계는 분명 권력을 이용한 폭력이 일어나기 쉬운 위계적인 관계이다. 청소년이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권력관계에서 성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강구가 절실한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더 이상 청소년의 성과 성폭력 피해를 기사 클릭수를 올리기 위한 선전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아주 기본적인 언론의 자질을 갖추어야 할 때이다.

관련 기사: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092316151465067



5. 여러 지역에서 '맘 편한 카드'를 통한 청소년 산모 지원 중

9월, 전라남도 화순군에서는 “사회적 노출 기피, 부모와의 관계 단절 등으로 산전관리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 산모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만 18세 이하의 청소년 산모에게 의료비를 지원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원을 받으려면 청소년 산모가 우리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맘 편한 카드’를 신청하고 이후 임신확인서와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면 된다. 카드수령일로부터 분만예정일 이후 60일까지 의료비지원 요양기관으로 등록된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임신 1회당 120만원 범위 내 임신과 출산 전후 산모의 건강관리와 관련된 의료비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인공임신중절 수술비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3월에는 고양시와 서울 서대문구에서, 2012년에는 안산, 순천, 광명시 등에서 이 정책을 시행해왔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 경제적 주권을 가질 수 없게 하는 사회구조 때문에 청소년에게 임신은 재난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순결만 강요하면서 성에 대한 무지를 권유하는 것은 오히려 청소년이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할 확률을 높이고 임신한 청소년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 청소년 산모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면서 청소년에게 임신이 더 이상 재난이 아닐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출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청소년의 권리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낙태에 대한 처벌 또한 없어져야 한다.

관련 기사:
http://www.asiae.co.kr/news/view.htm?idxno=2013092316151465067



6. 교복 입은 학생 커플의 키스.. 드라마 '상속자들'

[사진설명] 드라마 '상속자들' 화면

▲ [사진설명] 드라마 '상속자들' 화면

10월부터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상속자들'은 부잣집 고등학생들의 로맨스가 내용이다. 비록 현실에선 교복 입은 커플의 애정행각에 눈살 찌푸리고, 청소년 자녀가 연애한다면 당장 헤어지라고 공부나 하라며 협박하는 부모일지라도, 드라마는 보수적인 어른들까지 재밌게들 보셨던 것 같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청소년들의 사랑 이야기가 소재가 되었고, 외국의 드라마에선 십대 커플의 로맨스가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지만, 시청률 25퍼센트가 넘는 한국 지상파 채널에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방영된 건 흔한 일은 아니었다. 몇몇 우려스런 시선들이 이 드라마를 훑고 지나가긴 했어도 그냥 드라마의 훈남훈녀 커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별로 큰 항의는 없었던 것 같다. 지상파 드라마에 드러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고 해서 현실의 상황이 나아졌는지는 더 따져보아야겠지만, '상속자들'의 청소년 커플이 키스는 하면서도 절대 침대 가까인 가지 않았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물론 선정성 논란을 기피하는 한국 드라마 전반의 특성도 있겠다).

관련 기사:
http://tvdaily.mk.co.kr/read.php3?aid=1383228873598003002



7. 고질적인 학칙의 '이성교제 금지' 이제는 변해야 할 때

여태껏 학교 교칙에 으레 그렇듯 있어왔던 이성교제 징계 문제가 10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2009~2013 이성교제 처벌현황’을 통해 사회적 논쟁이 되었다. 우리가 계속 문제제기할 땐 잘 듣지도 않더니(신학용 의원은 처벌은 지양해도 청소년들의 이성교제가 ‘예방’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입장인 한편 김형태 의원은 이성교제를 제한하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는 입장을 냈다)이성교제를 이유로 처벌받은 학생 수는 매년 200~300명이 넘었고, 전체 중 절반이 넘는 고등학교에서 이성교제를 제한하는 학칙이 있었다. 사람이 사람과 교류한다고 처벌하는 이런 이상하고 부당한 일이, 지금 이 시대 학교 안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참.......

관련 기사: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17887



8. 뉴질랜드, 13세 이상 청소년에게 콘돔 무료 지급

뉴질랜드에서 10대 임신과 낙태를 줄이기 위해 13세 이상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지급하는 방안이 11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원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버스 승차권처럼 생긴 콘돔 교환 카드가 지급되는데, 이 카드를 가지고 약국에 가면 12번까지 무료 콘돔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뉴질랜드 일부 지역에서 이 정책이 처음 시행될 예정이며, 성과가 좋으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책이 시행된 지역의 학교 상담교사, 공립 병원 간호사, 청소년 상담요원 40여명과 약사들이 이미 콘돔 카드 계획과 관련한 교육을 받았고, 13세에서 24세 사이 청소년은 누구나 이들을 찾아가 안전한 성생활 등에 대해 간단한 교육을 받고 콘돔카드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오클랜드대학 연구팀은 이 계획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시험해본 결과 카드를 지급받은 200명 가운데 51%가 여자이고 평균 나이는 16세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번 순결만 강조하고 정자와 난자에 대한 생물학 교육만 하다가 끝나는 한국의 성교육 실태와는 달리, 뉴질랜드에서는 콘돔 지급 연령대를 13세 이상으로 적절하게 잡고 아주 실질적인 정책이 시행된다는 게 부럽다.

관련 기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582964



9. 영화 '친구사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 취소되다

11월,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만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 '친구사이?'의 등급 판정이 취소되어 만 15세 이상 관람가가 되었다. 당연한 일이며 기쁜 소식이지만,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이 영화를 평가해 보더라도, 청소년에게 성적 욕구를 자극하거나 성적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할 정도로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이며 노골적인 표현이 있다고 볼 수 없다"라는 재판부의 결정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영화가 등급 재판정을 받은 이유는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제거한 결과이긴 해도 여전히 청소년의 정보접근권은 부정당하고 있다. 청소년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건 청소년이 성적 존재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영화 '친구사이?'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에 분노했던 이들이 모든 매체로부터 청소년이 소외당하지 않을 권리를 함께 염원해주기를 바라는 건 너무 무리일까?
[사진설명] 영화 <친구사이?> 장면

▲ [사진설명] 영화 <친구사이?> 장면


관련 기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26146



10. 교육청,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개악안 발표

12월 30일, 14년을 코앞에 둔 그 날, 문용린 서울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겠노라고 발표했다. 개정의 내용은 학교장의 권한으로 교칙에 따라 소지품검사와 두발규제 등 인권침해를 허용하고, '논란이 되는' 성소수자 학생 인권 조항들을 삭제하는 것이었다. 조례 속 학생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임신 및 출산'을 삭제하고 '개인성향'을 넣기도 했다. 제정 당시부터 이 조례가 청소년에게 동성애를 가르친다느니 임신을 조장한다느니 하며 보수세력들은 선전을 해댔고, 제정 후에도 학생인권보장이 학교폭력을 낳는다는 식의 프레임을 유행시켰다. 실질적으로 제정안의 의회 통과가 어렵겠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번 개정안 발표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문용린의 선거 표를 위한 '보여주기'액션일거라고 짐작하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곧 있을 교육감 선거 때도 학생인권 및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공격을 보수 후보 측에서 캠페인에 활용할 것으로 예측되고, 무엇보다 학생인권과 성소수자의 권리가 아직은 누군가로부터 아주 쉽게 부정당할 수 있는 것이라는 현실에 씁쓸함과 분노는 가시지 않는다.

관련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302152035&code=940401



덧붙임

쥬리, 김동이 님은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