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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방앗간] 재봉틀 상을 드립니다


세계 8대 굴욕사건, ‘윤창중 성추행’도 꼽혀... “국제적 망신이다”[중앙일보], 中 세계 8대 굴욕 사건에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 포함! ‘나라 망신’[MTN], ‘윤창중 성추행’, 세계 8대 난감 사건에 올라...“망신”[스타뉴스]


지난 연말, 중국 신화통신이 ‘2013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던 황당한 8개의 뉴스’ 중 하나로 윤창중(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면서 국내 언론이 다시 한 번 들썩였다. 신화통신은 이 사건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이 저질적 성희롱 사건을 일으켜 대통령의 성과를 망쳤다"고 평했다. 신화통신의 보도에 대해 민주당 김정현 부대변인은 "나라 망신이고 여성대통령의 얼굴에 다시 한 번 먹칠한 사건"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인사 실패’를 비판했다.


누구한테 사과하신 거죠

‘재조명’이라고 하기에는 조야한,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으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7개월 만에 이슈화되었다. 사건을 해석하는 언어라는 것이 ‘굴욕’, ‘나라 망신’, ‘인사 실패’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피해’가 무엇인지가 다르게 구성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고위 공직자의 성추행 사건을 조직의 ‘위신’을 떨어뜨린 것으로 바라보는 언론의 프레임은 실망스러웠다.

지난 강용석 의원의 여성 아나운서 비하 발언 사건 시 이례적으로 발 빠르게 한나라당 윤리위원회에서 강 의원을 제명한 이유가 결국에는 ‘당의 위신을 훼손하여서’였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한국 사회에서 고위 공직자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사건이라기보다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거나 조직의 성과를 방해한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 발생 직후 있었던 이남기 홍보수석의 사과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긴급해명에서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국민 여러분과 박 대통령께 거듭 용서를 빌며 머리 숙여 깊은 사죄드린다.”는 것이었다. 용서를 구하는 우선적 대상이 ‘국민’과 ‘박 대통령’이었다는 것은 그들이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무엇에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하는지를 방증한다.

사건이 성희롱·성추행에 둔감한 조직문화 속의 업무 상 위력을 가진 남성 고위공직자-성추행으로 권리를 침해받은 여성인턴의 문제가 아니라 윤창중-방미 순행 중인 대통령 간의 문제로 인식되는 한 피해 당사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나올 수 없다.

‘미종결’인 채 ‘종결’

사건 발생 후 성추행 보도가 나오자마자 윤창중 씨는 청와대 대변인에서 경질되고 5일 후 직권면직 처분 받았다. 이후 미국의 수사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로 빠르게 사라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은 ‘미종결’인 상태로 ‘종결’될 전망이다.

지난 7월 미국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청은 윤씨를 ‘경죄 성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워싱턴DC 검찰청은 아직 기소동의 여부에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 윤씨가 미국 사법당국의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이번 사건은 ‘기소중지’가 아닌 ‘수사 미종결’ 상태로 경죄 공소시효인 3년 동안 남아 있다가 자동 종결된다. 징역 1년 미만의 경죄 혐의는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의 대상이 아니어서 집행이 불가능하다. 결국 3년 동안 미국에 가지 않고 국내에서 버티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_일요서울 [윤창중 “은둔 생활하며 심신 안정 위해 종교 활동에 집중 중”] 2013.12.30.

통합진보당 여성위원회와 전국여성연대는 2013년 6월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성폭력에 관한 특별법 위반,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고발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국 검찰이 미국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탓에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건 당사자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와 사건의 ‘해결’ 사이에 놓인 긴 거리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 있었던 국회의원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돌아보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언니네트워크는 2006년부터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 남성중심사회를 정당화하는 발언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꼬매고 싶은 입’ 재봉틀상, 대바늘상, 본드상을 수여해왔다. 그 중 재봉틀상을 받았던 성희롱·성추행 인사들의 사건 발생 이후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공직자의 성희롱·성추행이 얼마나 계속적으로 ‘미종결’인 채로 ‘종결’되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2006년 1위 미싱상 수상자 최연희(전 국회의원)와 최의원의 성추행을 옹호한 자들

"술에 취해서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했다."

2006년 2월 24일 여성기자 성추행 후 항의하자 "술에 취해서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해 실수했다"라고 변명했던 최연희 전 국회의원. 2006년 11월 16일 "피해자의 피해 감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1심을 '형이 무겁다'며 항소하였다. 결국 2007년 6월 14일 성추행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 ‘선고 유예’를 받아 의원직을 유지하였다. 그 뿐 아니라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재당선, 2012년 5월 29일까지 동일 선거구에서 의정활동을 지속했다.

2007년과 2009년 1위 재봉틀상 이명박(전 대통령)

‘인생의 지혜’라며 현대건설 다닐 때 외국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 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 (2007)
저출산을 국가적 위기라 언급하며, "자아실현도 좋지만, 아이를 낳는 행복감을 모르기 때문", "어려울 때 일수록 빨리 결혼해야" (2009)

이명박 씨는 대선 후보 시절 여성비하 발언을 하였으나 대통령에 당선되어 2008년 2월 25일부터 2013년 2월 24일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였다. 임기 중 2011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에게 친고죄 폐지와 배우자 강간을 범죄로 명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신고율을 높일 수 있도록 관계 기관 종사자들과 법집행기관의 역량 강화, 잠재적으로 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여성들에 대한 캠페인, 연구․조사로 정확할 실태를 파악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러한 권고사항을 2년 내 점검하는 항목으로 지정하였다. 이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여성 인권 보장의 과제임을 보여준다.

2010년 1위 재봉틀상 강용석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 "00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

강용석 씨,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여학생에게 여성비하 발언을 하여 당시 한나라당 출당 조치를 받고 국회 제명결의안까지 상정되었다. 그러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비호 발언으로 제명안이 부결되어 2012년까지 의원직을 유지하였다. 아나운서들에게 집단모욕죄로 고소되었으나 오히려 자신의 성희롱 발언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모든 고소가 취하되었고 성희롱 발언을 최초로 보도하고 제명을 주장했던 중앙일보가 소유한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썰전>, <유자식상팔자> 등 프로그램 MC를 맡고 있다.

함께 기억하는 것의 의미

1월 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108번째 수요 집회가 진행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발생 후 77년, 사건의 ‘해결’을 요구해온 지 꼭 22년 째. 사건의 발생과 해결 사이에 놓인 세월이 참으로 지난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여성의 인권 문제로 자리매김해온 것은 그 지난한 세월동안 ‘무엇을’ 피해로 기억해야 하는가, 왜 ‘함께’ 기억해야 하는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를 질문해온 덕분이다. 최근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한국인 위안부가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기술하였다가 “끌려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수정한 것은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말한다는 것이 이토록 끝없는 의미훼손에 맞서는 투쟁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것 마냥 고위 공직자의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그 사건들을 여성 인권의 문제로 “함께” 기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해 당사자의 사실 인정과 처벌은 물론 피해자 권리 구제에 중요하지만 사건이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주며 조직 문화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의 기억을 만드는 것은 ‘앞으로’를 위해 중요하다. 2013년 언니네트워크 ‘꼬매고 싶은 입’이 공식적으로 열리지 않았지만 제대로 기억하기 위해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에 ‘꼬매고 싶은 입’ 재봉틀 상을 수여하니 이 사건이 ‘나라 망신’ 사건이 아니라 ‘여성 인권 침해’ 사건으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2013년 재봉틀 상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가이드의 허리를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한 게 전부다.” “돌이켜보면 내가 미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처음부터 그 가이드에 대해 어떤 성적인 의도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사자가 피해로 신고한 내용, 본인이 내부 조사에서 인정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언론에 공표하여 피해를 가중시킨 점, 본인이 성적인 의도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업무 상 위력을 이용한 추행이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성희롱·성추행 개념에 대한 몰이해가 수상의 포인트.

제발 2014년 새해에는 그 “잘 아는” 한국문화가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에 관대하지 않은 문화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붙임

나기 님은 언니네트워크 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