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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희망버스 공무집행방해 혐의 인권옹호자에게 무죄 선고

희망버스 기소자 가운데 경찰감시를 하던 중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연행, 기소된 인권활동가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6월 12일 부산지방법원 형사7단독(판사 서아람)은 5차 희망버스 집회에서 인권침해감시단 활동을 하던 중 연행되어 기소된 훈창 씨(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인권침해감시활동을 공무집행방해로 간주하여 활동가를 표적 연행한 경찰의 행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이 경찰감시뿐,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희망버스를 탔던 150여 명 기소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5차 희망버스가 진행된 2011년 10월 8일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훈창 씨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었다. 부산 제2기동대 경찰은 훈창 씨가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였고 이는 공무집행방해라고 주장했다. 2012년 5월 29일 2차 재판에서 경찰관은 자기 바로 앞에 있었던 또 다른 경찰관에게 인권침해감시단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같은 중대 소속으로 되어 있음에도 폭행 피해자가 누구인지 찾아내지 못했으며, 진술도 일관되지 않았다. 법원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은 없는 반면 훈창 씨가 ‘인권침해감시단’의 일원으로 참가하여 활동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재판과정에서 경찰은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시위대 측의 방송차 열쇠를 강제로 빼앗으려 했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이 같은 경찰의 직무수행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된 ‘행정상 즉시강제’의 요건을 갖춘 적법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사진: 당시 연행장면(출처: 홍이)]

▲ [사진: 당시 연행장면(출처: 홍이)]


2011년 2~5차 희망버스에서 경찰은 모호한 이유로 집회를 불허 통보하고 △이동제한 △차벽설치 △불심검문 △물포 쏘기 △근접거리에서 최루액 발사 등을 통해 부산 영도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오는 것을 막아섰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경찰에게 매우 폭넓고 모호한 이유로 평화적인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어 사실상 ‘허가제’와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은 오래되었다. 평화로운 행진으로 부산 영도를 향해 가던 희망버스 참여자들을 경찰은 물리력을 동원하여 막아섰다.

이에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인권활동가들은 2~5차 희망버스에서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와중에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감시・견제했다. 공권력감시대응팀은 감시 활동 후에 「희망버스 인권침해 감시보고서」를 작성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알려나갔다. 경찰은 적법하고 인권침해 없이 공권력을 집행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렇게 경찰이 적극적으로 집회시위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한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현장에서 이를 견제할만한 사회적 장치가 전무한 이상, 인권단체가 직접 현장감시단을 꾸려 경찰의 인권침해를 감시・견제할 필요가 있다.

인권침해감시단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강제적인 불심검문 △경찰의 위법하거나 과도한 무기사용 △원천봉쇄에 가까운 차벽설치 △원천적인 이동차단 △필요 이상의 이동 자유 제한 △현행범 체포 요건에 맞지 않는 위법한 체포 △공격적 해산 및 위협 △집회 참여자에 대한 사진 및 동영상 채증 △경찰에 의한 언어적 폭력 등을 감시하고 항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를 목격하고 조사해 기록, 자료화하여 실태보고서를 제출하며, 피해사례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거나 국가배상청구소송을 한다. 또한, 유치과정에서 피해자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원 및 상담 활동을 전개한다. 하지만 이런 인권옹호활동이 경찰 입장에서 반가울 리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인권옹호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권옹호자들은 자의적 구금, 구속, 괴롭힘, 구타, 납치, 살해 등 다양한 인권침해를 경험한다. 유엔에서도 인권활동가들의 인권옹호활동이 제약될 경우 인권의 존중, 보호, 실현이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인권옹호자 보호를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98년 12월 9일 유엔총회는 ‘인권옹호자 선언’을 채택(결의안 53/144)한 데 이어, 2004년 4월 선언의 이행을 감시․지원하기 위해 ‘인권옹호자 특별대표부’를 설치했다(결의안 2000/61). △국제인권기준의 국내 이행을 위해서는 개인과 단체에 대한 인권운동가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국가가 나서 인권침해를 적절히 막지 못할 경우 인권활동가가 최후 보루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인권활동가는 자신이 펼치고 있는 인권옹호활동으로 정치적 표적이 되는 등 인권침해의 대상이 될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각별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엔의 기본 인식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권옹호자 선언 12조 1항은 “모든 이들은 개별적으로 공동으로,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침해에 저항하는 평화적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2008년 촛불집회에서 1천여 명 이상 연행된 사례를 언급하며 체포된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구금상태에 있는지, 현재 어떠한 혐의를 받고 있는지에 관해 명확히 알려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인권옹호자들이 보호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제공된 보호조치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질의했다.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을 일삼는 한국정부가 어떤 답변을 할지 궁금하다.

집회시위의 권리는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적 인권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향유되어야 한다. 특히 집회시위의 자유는 거대방송이 자본에 의해 독점되고 지식이 권력화될 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몸으로 할 수 있는 집단적인 권리이다. 이러한 권리를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제압하려 할 때 인권옹호자들은 몸으로 저항해왔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인권옹호활동으로 연행, 기소된 사례는 희망버스뿐만 아니라 2006년 대추리, 2008년 촛불집회에서도 있었고 지금껏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게 집시법, 공무집행방해죄,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서 사법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공권력 감시활동에 대한 위축 효과를 노리고자 인권활동가를 표적 연행하는 경찰의 관행이 중단되기를 바란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