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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인권수첩] ‘공정’의 뜻풀이 (2010.9.1~9.7)

√ 한나라당,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 가운데 17개 골라 ‘공정사회 법안’이라 부르며 우선적 처리 주장(9.6). 여기에는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도 포함돼 있다니, 장관 딸 특채로 뽑아놓고 ‘유감’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분들이 어련하실까. ‘공정’의 뜻풀이를 ‘공식적으로 정권 입맛에 맞는’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닐지. ‘4대강 공사 중단을 위한 10만 국민행동 대표자협의회’가 낸 4대강 반대 집회(9.11) 신고를 경찰이 불허 결정(9.6) 내렸다니, 역시나 ‘공정’하네.

√ 경찰관이 증표를 제시하지 않고 소속․성명을 밝히지 않은 불심검문, 젊은 사람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시행한 불심검문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 권고(9.6).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보완 권고(5.26)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시민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경찰에 주는 개정안 국회에 계류 중. 경찰 31.4%가 실적을 염두에 두며 불심검문을 하고(김재규, ‘불심검문의 실태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21), ‘경찰공무원 성과평가 기준’은 ‘검문검색을 통한 범인검거’ 때 가장 많은 점수를 준다니, 방범․순찰 등 범죄 예방은 뒷전인 채 ‘신분증 까라’는 불심검문이야말로 ‘수상한 거동’. 불기소 처분 받은 시민들의 개인정보가 정부의 ‘범죄정보관리시스템(심스)’과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 등에 들어 있고(8.31,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국토해양부는 국내공항에 알몸 투시기 운영을 강행(9.1)하는 걸 보면, 시민들을 정말 궁금해 하는 정부일세. 시민들이 보라는 것은 보지 않고 들으라는 말은 듣지 않으니, 불안해서 오히려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게 많아질 수밖에. 우리는 정부에 신원을 증명할 의무가 없다!

√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자만 갚고 원금 회수는 까마득한 돈이 182조946억 원으로, 전체 대출 잔액의 79%(9.7, 한겨레)에 이르고, 무이자 대출인 ‘전세금’까지 포함하면 주택담보대출이 가처분소득의 109.9%(김광수경제연구소)로 매우 심각한 수준. 국민은행이 산출한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9.5)에 따르면, 중위 소득 가구가 돈 한 푼 안 쓰고 11.7년 동안 저축만 해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가계가 빚을 져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키워달라니 주거권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한편, 한국주택토지공사의 대구혁신도시사업 현장에서 일하던 건설 중장비 노동자들은 7개월 동안 일한 돈을 받지 못해 농성(9.6)을 하고 있다니,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자들을 살려보려는 막개발 정책은 결국 부채를 키우며 일하는 사람들의 피땀까지 빼앗아가는 것일 뿐. 이러다가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정부는 어찌 책임을 지려는 것인지. 이런 와중에 민주노동당 이현주 전북도의원 개인․가족 명의의 아파트 9채 소유 사실 드러나(8.31) 투기 의혹 증폭되는데, 노후대책이나 생계용이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겠나.

√ 전자발찌 소급 적용 조항 위헌 소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8.31,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합의1부). ‘위치추적장치’ 부착은 형벌과 실질적으로 동일해 이미 처벌을 받은 죄에 대한 형벌 불소급의 원칙,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아동 성폭력 사건을 내세우며 무더기로 통과된 형벌정책들을 이제라도 인권의 관점에서 돌이켜야 할 때.

√ 처음부터 명분 없었던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 전투병력 철수와 오바마 대통령의 7년 5개월만의 종전선언(8.31)으로 일단락. 그러나 종전선언 5일 만에, 이라크 육군과 이라크 내 저항세력과의 교전에 미군도 참여(9.5)했다니 종전從前의 ‘종전終戰’은 거짓말? 아프간 전쟁에 적극적인 오바마의 종전선언이 전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지 않았음이 분명해 보이니, ‘명분’이 평화 앞에 무릎 꿇을 날은 언제 올 수 있을까.

√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 관련 천막 철거를 막으려던 시민에게 공무집행방해 무죄 선고(9.5,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 신속하게 철거할 필요가 없는데도 행정대집행법이 정한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아 철거는 부적법하다는 것. “적법성이 없기 때문에 몸싸움 등으로 철거를 방해했어도 특수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이 지켜야 할 것은 광장이 아니라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표현의 자유라는 점을 이제는 알게 되려나.


덧붙임

'398-17’은 인권침해가 아닌 인권보장의 현실이 인권수첩에 기록되길 바라는 충정로 398-17번지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살고 있는 이들의 모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