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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비친 인권 풍경]존엄한 노인의 삶을 바란다!

노인 복지만이 아닌 노인 인권 실현으로 접근해야

노인자살률 1위 한국

요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설명하는데 있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현상 중 하나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 인구가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인구의 10% 이상을 넘은 500만 이상이다.

노인 자살률도 1위다. IMF 사태에 급증했던 노년층의 자살률이 최근 경기불황으로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경기 침체기에는 실직 가장인 장년층의 자살이 가장 많을 거라는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노인층이 경기불황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노인인구의 빈부격차 역시 가장 높다. 노인 학대의 문제도 연일 기사거리로 나오는 상황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존감이 사라지고 인간답게 살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 노인의 실정이다.

당사자가 빠진 노인인권 문제 해결

여기저기서 노인 문제를 말하며, 노인 사업의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정작 노인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노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무엇보다 노인 문제에서 정작 노인들은 빠져 있다.

노인 문제를 인권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움직임이 올해 초 시작됐다. 유엔은 노인인권 보장을 위한 “독립, 참여, 보호, 자아실현, 존엄”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 아래 노인들의 인권 실현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적절한 의식주와 의료보호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에서 다른 세대와 더불어 생활하며, 스스로의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노인인권의 실현이라고 본다. 인권위 정책 총괄팀의 백선익 씨를 만나 구체적으로 노인인권 실현을 위한 활동 내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노인인권의 문제를 4개 정도로 보고 있어요. 자유권 영역에서 학대나 방임을 받지 않아야 하는 것,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 주거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것, 노동과 소득이 보장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걸 견인하기 위한 정책 기조는 크게 두 가지라고 봐요. 하나는 사회적 기능이 남아있는 분들이 제 역할을 하실 수 있도록 돕는 것, 다른 하나는 거기서 일탈된 분들에게 적절한 급여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두 개로 나누어야 할 것 같거든요. 그 틀에서 이런 정책 대안이 뭘 지를 고민해서 정부, 사회에 보고하려고 합니다.”

노인인권 증진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선 노인인권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한다. 경제와 사회 정책이 분리되는 노인 복지의 수준을 넘어서는 노인인권정책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노인인권 연구를 위해 사회복지학 전공 뿐 아니라 생물학자, 의학자, 경제학자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을 모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매주 세미나를 하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노인실태조사가 발표되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적 상황, 주거 형태, 가족 내에서 노인 관계 문제를 인권 관점에서 재구성해 볼 예정이라고 한다.


노인 빈곤 문제 심각해

2007년도 노인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에 대한 응답 1,2위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문제”였다. 이런 실태는 노인들의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건강이 안 좋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노인들은 금방 빈곤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노인들의 빈곤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한 인권위의 계획과 고민을 들어 보았다.

“가급적이면 전국 조사를 할까 합니다. 일단 하나는 시설에 접근해보는 거지요. 시설 노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것, 또 하나는 지역사회에서 차상위 계층분들을 보는 거죠. 이 분들이 제공받는 서비스가 거의 없거든요. 자식이 하나 있으면 수급자가 안 되잖아요. 굉장히 열악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사례들을 발굴하려고 합니다.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협약을 보면 한 사회에 가용자원의 범위 안에서라는 단서가 붙어서 그 분들에 대한 재정투입의 우선순위가 밀려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저희가 생각할 때 인권적 접근이 뭐냐. 최소한 그 분들이 사람으로서 살 수 있는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면, 정부 재정투입의 우선순위도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고, 그리고 그 전제로 사회정책이나 경제정책에서 소외된 일탈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기조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런 생생한 현장에서의 사례들을 노인인권지킴이들이 모아서 정책 대안을 만들어볼 참입니다.”

노인인권지킴이는 현재 노인인권에 접근하는 데 있어 인권위가 가장 중요하게 추진할 사업이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은 희망제작소의 희망설계아카데미 수료생들 중 79명의 노인들이 활동하는 당사자 운동이다. 노인 단체에 당사자는 없고 활동가들이 대변하고 있다는 아쉬움에서 지난 5월에 발족했다. 지난 한 달여 간 워크숍과 일주일에 한 번씩 시설과 서울 일자리 박람회 등을 찾아다니며 노인 인권을 홍보하고 문제점을 조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노인인권지킴이단 활동을 가운데에 둔 이유는 단순히 대한노인회와는 다른 성격의 노인법인을 하나 만들고 싶다는 것과 이 분이 지역사회에서 노인 문제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기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의 한계

노인 내부의 빈부 격차는 심하다.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도 어떤 노인에게는 생존의 문제인가 하면, 어떤 노인에게는 적은 금액을 받더라도 보람을 얻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현재 인권위가 구성한 노인인권지킴이단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물질적으로도 여유로운 사람들로만 구성됐다는 한계를 지적할 수 있다. 당사자운동이면서 과연 사회적 약자로서의 노인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해 백선익 씨는 그 한계를 인정하지만 노인 인권 발전에 있어서는 더 소중한 존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 걸리는 분들이 너무 잘 사시는 분들이었는데 다른 한편, 이 분들을 만나면서 절감하는데 인권감수성이 뛰어난 젊은 활동가와 다르게, 노년이기 때문에 빈곤노인이나 노인의 인권문제를 더 느끼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기로는 노인당사자이면서 사회 경제적으로 낮은 위치에 계신 분들이 임파워먼트(자력화)되는 게 바람직할 수 있지만 우리가 목표하는 한국사회 노인인권의 현실이 조금 더 개선되기를 바라는 데 있어서 그게 그렇게 절대적인 영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 분들이 대부분 오피니언 리더세요. 70프로 이상이 조선일보 독자시고 대부분 강남에 많이 사시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서 투표한 분도 계세요. 그럴수록 이 분들을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런 면에서도 오히려 더 소중할 수 있다고 생각되고요.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지킴이단을 공모 하면서 더 많은 분들을 모셔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생계까지 부담해야 할 분들이 생업에 바쁘기도 해서 이런 부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저희도 그 부분은 잘 극복해보고 싶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5년 간 진행될 인권위의 노인인권을 위한 움직임은 다른 소수자 인권과의 연계까지 나아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장애인과 이주민의 인권과 함께 함께 활동하려 한다. 사회적 약자로서 장애인과 이주민의 인권 문제와 노인들의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노인 인권 실현, 우리 모두의 문제

노인 인권은 단순히 사회 문제라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생애사적으로 인간이면 누구나 맞게 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누구나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다. 노인의 인권이 얼마나 실현되느냐에 따라 사회 전체의 여유도 달라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후 준비를 위해 현재의 불만을 감수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한국 사회 분위기를 비추어 보면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사회가 노인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리들이 더 많은 약자들의 인권과 만나야 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노인인권지킴이단 활동을 하는 한석규 씨를 만나다


노인인권지킴이단 활동을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퇴직한 후에 한 5년 동안 신나게 놀았죠. 그러다 희망제작소에 희망설계아카데미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그걸 계기로 인권에 관심이 생기고, 제가 혜화동 필리핀 카톨릭 공동체에서 외국인 근로자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는데 같은 맥락에서 노인인권지킴이단 모집이 있다고 해서 기꺼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실태조사를 한다고 하던데 구체적인 활동이 뭔가요

아시다시피 얼마 안 됐습니다. 4월에 2박 3일로 워크샵을 했고. 그때 인권이 뭔지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죠. 저희들이 일주일에 한번 씩 모여서 양천 종합복지관과 포천에 있는 모현 호스피스를 방문하고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 안내를 도우는 일도 했습니다.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해 본 소감이 어땠나요

쇼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물론 신청을 많이 하셨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통계학적으로 숫자를 재보진 못했기 때문에, 제가 단정 지어 말할 순 없지만 예를 들어 모집인원이 5명, 3명, 10명 굉장히 적더라는 거죠. 일자리 박람회인데 그렇게 제한된 인원수를 두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거지요. 더구나 일부는 나이제한이 있어요. 나이제한이 오히려 역차별이다. 60~63세 나이제한이 있었어요.

인상에 남는 실태 조사가 있었나요

감명을 받은 시설이 하나 있었는데 포천에 있는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모현 호스피스였습니다. 요즘 죽음을 듣고 배우고, 소위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을 얘기하죠. 즐거운 마음으로 이승에서 자기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건 사실 노인 인권과 관련된 문제인데. 그런 부분에서 소외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거기서 죽음을 맞이하는 분들은 너무 행복한 분들이라고 생각했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안타깝고 우리도 이런 부분에서 많이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달 여 활동하면서 한국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있는지요

노인 분들이 자식에게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니 자존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경제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시간을 보람 있게 쓰고 거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내 생활을 꾸려갈 수 있으면 좋겠고요.

지난 5월에 시니어로 구성된 단체 하나를 만들었어요. “희망 도레미”라고. 여러 사회적 기업과 일하고 마이크로 크레딧이라고 경제적 취약층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경험 있는 분들이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세로서 이런 사업에 끼어들었습니다. 우리 스스로 삶의 개척하고 우리 스스로 그런 활동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사회 공헌을 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었어요. 사회적 기업, 후견인 제도나 멘토링 역할도 해주고. 경영관리도 도움을 줄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덧붙임

윤미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