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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비친 인권풍경] 영세자영업을 살려야 건강한 사회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현호 님에게 듣다

영세 자영업자 생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1996년 유통개방이후 대기업 대형유통점이 급속도로 시장을 점유해왔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내 유통서비스 시장개방의 경제적 효과와 적응지원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영세자영업자의 85,2%가 대형할인점 개설로 매출액이 감소했고 30% 이상 감소한 경우도 41.2%에 이른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공격적인 경영전략에 영세자영업이 주로 운영하는 재래시장 및 슈퍼마켓 영업환경이 악화된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형 슈퍼마켓(SSM)마저 가세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영세상인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예산삭감 등으로 후퇴 중이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현호 연구위원을 만나 현 상황에 대해 점검해 봤다.


한국에서 영세 자영업자의 월평균 소득이 임금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영세자영업자들의 삶이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 영세자영업자 현황은 어떤가?

한국은 영세자영업자 비중이 비교적 높다. 2008년 상반기 자영자수가 594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5%를 차지한다. 우선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농업인구비중이 높다. 두 번째 이유로는 일자리로 흡수될 수 있는 복지체계 부족이다. 실업자 처지에 놓인 인력들이 대거 자영업에 몰려든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국가가 마련한 복지일자리에 취업자 수의 10~20% 정도 되는 실업자가 고용되지만 우리나라는 흡수여력이 3~4%남짓이다. 실업자들은 가게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연금체계가 확실히 잡힌 일부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은퇴 후 다시 영세 자영업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2008년 상반기 자영업자수가 594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5%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이 큽니다. 영세 자영업자를 보호해야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정부의 대기업, 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의 영향은 없었나?

국세청 통계를 보면 자영업자 가운데 평균적으로 매년 30만개 업체가 폐업하고 40만 정도가 창업했다. 경기 침체 때문에 올해 폐업 수는 100만개 업체가 넘어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1차적으로 영세 자영업자 고통이 심화질 것이고, 다음으로는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것이므로 영세자영업자의 보호는 필요하다.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등이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

90년대 이후 대기업은 세계화에 적응하며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중소기업은 비교적 성장폭이 낮았다. 마찬가지로 수출 증가폭은 컸지만 내수는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는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일부에서는 기업경제 활성화로 서민경제가 살아나기(낙수효과)를 기대하지만 동반성장 없는 경제성장은 쉽지 않다. 실제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유통점 주주들은 창출한 수익 중 일부만을 재투자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생계활동을 위한 소비를 하기 때문에 수익이 다시 소비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익금이 영세자영업자 등 서민층에게 간다면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된다. 대형 유통점의 성장은 대형마트 운영자 입장에서는 이익이겠지만 거시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정부의 대기업, 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은 거시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90년대 이후 영세자영업자의 상황이 꾸준히 악화됐는데,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첫째는 시장개방 영향이다. 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의 경우 시장개방이 돼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복지가 아직까지 미흡해 개방에 따른 후유증이 직접적으로 미친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이후 농업소득이 낮아졌고, 96년도 대형마트 개방이 되어 자영업의 상황을 악화시켰다. 게다가 저가 중국산 수입이 늘면서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도산을 한 것도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를 어렵게 한 이유다. 물론 97년 외환위기의 영향도 컸다.

이명박 정권의 영세업자 정책에는 무엇이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가?

이명박 대통령 공약으로는 △영세자영업자 전용 케이블 방송 채널 구축 △영세자영업자 민간 인큐베이터 활성화 지원 △재래시장 경영혁신 기금조성 △재래시장 주차장 건립 지원 등이 있다. 그 정책들은 대개 지난 정권에 이미 계획된 것으로 중요한 것은 예산이 지속적으로 삭감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6년 전년대비 재래시장 경영혁신, 시설현대화 예산 증가율이 각각 25%, 15%던 것이 2009년 각각 10%, 11.1% 씩 감소했다.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유통점에 대한 규제완화를 시행한다면 영세자영업자의 생계는 어렵게 된다. 대형유통점의 시장점유 속도는 빠르지만 영세자영업자나 재래시장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보호나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적절히 규제하고 천천히 규제를 완화하면서 영세자영업자에게 지원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형유통점이 고용자도 늘리고 소비자선택권도 늘린다는 주장은 사실인가?

대형유통점이 밤늦도록 영업하면 더 오랜 시간 물건을 살 수 있어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동시에 근로자다. 영업시간은 노동하는 근로자의 노동조건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작은 편리를 위해 근로여건을 포기해야 한다.

또 대형유통점이 고용을 늘리고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도소매 고용비중은 감소했다. 대형마트 고용 인력보다 폐업하는 영세상인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대형마트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에 오랜 시간 일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대형유통점에 대한 규제가 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나?

보통 의무휴일 일수나 폐점시간의 제한 등과 같은 영업시간 제한과 과태료 부과, 개설허가 취소 등의 제재조치, 규모 제한 등이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뿐 아니라 영국에도 있다. 신자유주의 국가라고 하는 영국에서도 도시계획 정책 가이드에 따라 대형유통점을 규제한다. 총매장 2만㎡ 이상 대형소매점이 기존상권의 <중소소매점에 대한 영향조사 보고서>를 지자체에 보고하도록 하며, 도시외곽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대형점이 입점하는 것도 규제하는 조항도 있으며 일요일 영업시간 제한도 있다.

이제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점이 동네 슈퍼마켓까지 뛰어든다고 해서 (기업형 슈퍼마켓, 이하 SSM) 세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네마다 작은 규모의 '슈퍼마켓'은 사양화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대기업들이 SSM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진출 현황과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현재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3000㎡(1000평) 미만 점포를 세우고 있다. 2009년 1월 현재 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은 459개다.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까지 SSM을 추진하고 나섰다. 올해 말까지 500개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슈퍼마켓에 진출하는 이유는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0년간 대형마트를 빠르게 세우다보니 더 이상 대형마트 늘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규모를 줄여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상권을 조성하겠다는 일종의 틈새시장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이 동네 골목 영세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형유통점의 확대 부작용에 대한 대형유통업체의 반응은 무엇인가?

대기업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이다. 대기업에 대한 우려를 듣겠지만 책임의식이나 자구책 마련은 사실상 없다고 본다.


대형 유통점 규제에 대한 입법 현안을 비롯한 개선방안을 말한다면?

자유선진당 이상민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입지규제, 영업시간, 품목 규제 등을 담은 법안을 지난해 각각 발의했다.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법안 통과가 이뤄져야한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 가운데 케이블 TV와 같은 경우는 영세 자영업자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주차장 설립 등 꼭 필요한 현대화 시설도 있다. 문제는 지원 예산이 줄었다는 점이다. 의지문제다. 사회안전망 등 복지 및 사회일자리 창조로 서민들 생계에 숨통을 틔워야 경제성장도 이뤄진다.

덧붙임

이진주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