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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세계인권선언의 현재적 의미

함부로 가두지마, 재판은 공정하게, 무죄추정의 원칙

[세계인권선언의 현재적 의미] 제 9-11조 인신의 자유의 원칙들②

세계인권선언 9조의 상세화
모든 사람은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누구든지 자의적으로 체포되거나 또는 억류되지 아니한다. 어느 누구도 법률로 정한 이유 및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그 자유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시민·정치적 권리규약 9조 1항)

모든 개인은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어느 누구도 사전에 법률로 규정된 이유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자유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특히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체포되거나 구금당하지 아니한다.(아프리카 헌장 6조)

모든 사람은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어느 누구도 다음의 경우에 있어서 법률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아니하고는 자유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a. 권한 있는 법원의 유죄결정 후의 사람의 합법적 구금.
b. 법원의 합법적 명령에 따르지 않기 때문이거나, 또는 법률이 규정한 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사람의 합법적 체포 또는 구금.
c.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또는 범죄의 수행이나 범죄수행 후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을 때, 그를 권한 있는 사법당국에게 회부하기 위한 목적에서 실시되는 합법적 체포 또는 구금.
d. 교육적인 감독의 목적으로 합법적 명령에 의한 미성년자의 구금, 또는 권한 있는 사법당국으로 회부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합법적인 미성년자의 구금
e. 전염병의 전파를 방지하기 위하여, 또는 정신이상자, 알코올중독자, 마약중독자 및 부랑자의 합법적 구금
f. 불법입국을 방지하기 위하여, 또는 강제퇴거나 범죄인인도를 위한 절차가 행하여지고 있는 사람의 합법적 체포 또는 구금.(유럽인권협약 5조 1항)

당사국의 헌법이나 그에 따라 제정된 법률에 미리 규정된 이유와 조건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미주인권협약 7조 2항)


* 구금의 적법성
구금이 적법해야 한다는 요건은 구금 및 후속 절차 둘 다의 근거가 된다. 적법절차에 대한 상세한 규정에 대해서는 국내법의 과제로 남겨두고 있지만 중요한 예외가 있다. 계약상 의무를 수행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한 구금의 금지이다.(“어느 누구도 계약상 의무의 이행불능만을 이유로 구금되지 아니한다”-시민·정치적 권리규약 11조)

* “자의적”의 의미
선언 기초과정에서 ‘불법’ 또는 ‘부당한’ 또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둘다’와 같은 의미라는 견해가 표현됐다. 1965년 선언 9조에 관한 유엔 연구는 “법에 정해진 절차가 아닌 절차나 근거에 따르거나, 사람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에 대한 존중과 양립할 수 없는 목적을 가진 법률 조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 때 체포나 구금은 자의적”이라 정의했다.

* 체포의 이유를 고지 받을 권리
체포당하는 사람은 누구나 체포 사유와 혐의에 대해 고지 받아야 한다. 또한 고지는 신속하게 또는 체포와 동시에 돼야 한다. 두 경우 본질은 똑같다. 체포의 이유 고지는 실제적 체포와 연계되어 이뤄져야 한다. 체포 이유의 고지에 관해서는 형사 절차에 따른 체포와 다른 여타의 근거에 의한 체포간에 어떤 차이도 없다. 하지만 형사절차에 있어서는 수사를 완성하고 상세한 혐의사항을 고지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피구금자는 자신이 직면하게 될 피의 사실을 ‘신속하게’ 고지 받을 권리를 가진다.

* 체포와 구금의 사법적 통제에 대한 권리
형사절차에서의 체포와 구금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두가지 기본 요건을 가진다. 1) “판사 또는 사법적 권한을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을 가진 기타 공무원 앞에 신속하게 보내질” 권리, 2) “합리적인 시간 내에 재판을 받을 권리 또는 석방될” 권리이다.
주요 국제협약에서의 규정은 이점에서 동일하다.(유럽인권협약 5조 4항, 아프리카인권헌장7조6항, 시민.정치적 권리규약 9조 4항: 체포 또는 억류에 의하여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은 누구든지, 법원이 그의 억류의 합법성을 지체없이 결정하고, 그의 억류가 합법적이 아닌 경우에는 그의 석방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법원에 절차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
사법적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기타 공무원이라 함은 유럽인권재판소의 결정 등에 따르면 특히 행정부와 검사로부터 독립성을 가진 것을 말한다.

* 신속하게
사법적 심사에 앞서 구금되는 최대기한에 대해 유엔자유권위원회는 9조에 대한 논평에서 수일을 넘겨서는 안된다고 했다. 법원은 지체 없이 체포 또는 구금의 적법성을 결정하고 구금이 적법하지 않는다면 석방을 명해야 한다.

<b>유엔자유권위원회 일반논평 8, (2)</b>: 형사상의 죄의 혐의로 체포되거나 또는 구금된 사람은 즉각적으로 법관 또는 법률에 의하여 사법권을 행사할 권한을 부여받은 기타 공무원에게 인치되어야 할 것을 요구한다. 보다 정확한 시간적 제한은 대부분의 당사국에서 법률에 의해 정해져 있고, 본 위원회는 지체가 수일을 넘겨서는 안된다고 본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신속한”에 대한 더 명확한 해석을 내놓았는데, 4일을 초과하는 것은 수용될 수 없다.

* 자의적 추방의 금지
선언에서 논의한 ‘추방’이란 대개 자국에서 국민을 추방하는 걸 의미했다. 또한 ‘내부 추방’ 또는 ‘국경 내에서의 배제’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도 사용된다. 후자는 이동의 자유의 권리와 연관된다.
추방의 금지는 다른 인권 문서에서는 형사피의자·피고인의 권리 가운데 열거돼지 않고 ‘추방’이라는 단어조차 사용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자국에 들어갈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의 권리를 다루는 조항이 있다.(시민·정치적 권리규약 12조 4항: 어느 누구도 자국에 돌아올 권리를 자의적으로 박탈당하지 아니한다. 유럽 제4의정서 3조, 아프리카헌장 22조 5항은 국민의 추방을 금지하고 있다.)

국적은 주권 국가의 국민과 국가 간의 뗄 수 없는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국적을 박탈하고 추방하는 일은 용인할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자의적 체포, 구금과 추방으로부터 자유로울 모든 사람의 권리에 대한 유엔 연구’는 ‘추방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관찰과 결론은 자국민에게 해당하는 추방만을 고려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선언에서 말하는 “추방”은 자국민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었기에 현재에 고려해야 할 심각한 인권문제에 미치지 못한다. 바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과 추방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 22조
1.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에 대한 집단적 추방조치는 금지된다. 각 추방사건은 개별적으로 심리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2.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은 권한 있는 당국에 의하여 법률에 따른 결정에 의하여만 당사국의 영역으로부터 추방될 수 있다.
3. 추방의 결정은 그가 이해하는 언어로 통고되어야 한다. 본인의 요구가 없으면 의무적인 아닌 경우라도 만약 요구를 하면 결정은 문서로 통보되어야 하며, 국가안보에 의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결정의 이유가 진술되어야 한다. 이러한 권리는 결정 이전 또는 늦어도 결정시에는 당사자에게 고지되어야 한다.
4. 사법당국에 의한 최종 판결이 발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당사자는 자기가 추방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출할 권리가 있으며,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하여 그 사건이 심사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단, 국가안보상의 긴요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심사 기간 중 당사자는 추방결정의 집행정지를 요청할 권리를 가진다.
5. 이미 집행된 추방결정이 나중에 무효로 되었을 때, 당사자는 법률에 따른 보상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며, 이전의 결정은 그가 당해 국가로 재입국하는 것에 방해사유가 될 수 없다.
6. 추방의 경우 당사자에게는 출국 전 또는 후에 임금청구권, 그에게 귀속될 다른 권리 또는 현행 채무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7. 추방결정의 집행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 결정의 대상인 이주 노동자 또는 그 가족은 출신국 이외의 국가로의 입국을 모색할 수 있다.
8. 이주노동자 또는 그 가족이 추방되는 경우 추방 비용을 당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아니된다. 당사자는 자신의 여행경비의 지불을 요구받을 수 있다.
9. 취업국으로부터의 추방 그 자체로는 임금수령권과 그에게 귀속될 다른 권리를 포함하여 이주노동자 또는 그 가족이 그 국가의 법률에 따라 획득한 어떠한 권리도 손상시키지 아니한다.


또한 ‘내부에서의 추방’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흔히 ‘인권의 사각지대’로 불리는 시설로 강제 수용돼 10년이고 20년이고 사회로부터 단절돼 살아가는 사람의 얘기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것이 한국 사회이다. 2007년 말 인신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수용시설에 수용·보호 또는 감금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한가닥 길이 열렸다. 위법한 수용에 대하여 또한 적법한 수용이라 할지라도 수용의 사유가 없어졌는데도 계속 수용되었을 때 구제를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지적되고 있고, 특히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보호된 자, 즉 외국인보호소의 경우는 이 법의 보호에서도 배제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다음 기사로 계속)


덧붙임

* 류은숙 님은 인권연구소 ‘창’ (http://khrrc.org) 연구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