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자료실

“10%에게만 주어지는 이주대책은 대책일 수 없습니다”

신길 제2구역 주택재개발사업 주거세입자 이주대책에 대한 의견서

인권운동사랑방은 신길2구역에 소재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지키고 만들어가기 위해 33년 간 활동해온 인권단체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신길제2구역 재개발사업의 주거세입자 이주대책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의견을 보냅니다.

 

 

1. 신길 2구역 재개발사업 현황

 

1) 신길 제2구역 주택정비형 재개발사업은 아래와 같이 추진되었음.

▷ 구역 지정 공람공고 : 2008.12.24.

▷ 재개발조합 설립 인가 : 2020.3.4.

▷ 재개발 사업시행계획 인가 : 2025.9.12. (9.18.고시)

 

2) 신길 제2구역 거주 주거세입자의 현황 및 이주대책 (영등포구 정보공개청구 결과)

▷ 주거세입자 총 가구 수 : 2,087가구 (사업시행계획 인가 당시 기준)

▷ 임대주택 및 주거이전비 대상 : 149가구

▷ 임대주택 대상 : 62가구

▷ 주거이전비 대상 : 58가구

 

3)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에 따른 ‘사전협의체’ 일정

▷ 10월 29일(목) 오후

▷ 11월 5일(목) 오후

▷ 11월 12일(목) 오전

 

 

2. 영등포구의 책무

 

1) 주거권 보장의 책무

 

〇 주거권은 세계인권선언 및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 명시한 기본적 인권임. 대한민국은 위 규약에 가입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짐.

주거권은 ‘적절한 주거’ 생활을 할 권리임. 이는 주택의 물리적 환경과 기반시설뿐만 아니라 주거비의 부담가능성(affordability), 점유의 안정성(legal security of tenure) 등을 포함함.

〇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주거권의 보장을 위해, 도시 개발에서 고령화 문제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일반논평 6), 의지에 반하여 거주하는 집에서 퇴거당하지 않도록 할 것, 이를 위해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협의하여 모든 가능한 대안을 찾아볼 것(일반논평 7) 등을 권고함.

〇 대한민국 헌법은 제35조에서 쾌적한 주거생활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명시하고 2015년 주거기본법을 제정하여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법적 개념으로 명시하였음. 주거기본법 제3조는 ‘소득수준, 생애주기 등에 따른 주택 공급 및 주거비 지원을 통하여 국민의 주거비가 부담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였음. 이에 앞서 2012년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에 대한 지원에 관한 법률’도 제정된 바 있음.

〇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책무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모든 공공기관에 부여되는 책무임. 법이나 제도가 보장하는 권리를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에 한계가 있는 경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그 책무임.

 

2) 재개발사업에서의 역할

 

〇 주택재개발사업은 ‘공익사업’에 해당(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하나, 토지 등 소유자가 결성한 민간 조합이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됨. 이로 인해 주거환경 개선이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익적 목적보다 사업 시행 주체의 수익성 극대화를 목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문제가 오래동안 지적되어 왔음.

〇 대부분의 재개발사업 구역은 특성상 고령의 저소득 가구 등 사회적 약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음. 보통 재개발사업 구역 주민의 70% 이상이 세입자임. 세입자는 개발 사업으로 이주하려고 해도 대체 주거지를 찾기 어려움. 개발사업으로 인근 지역의 땅값이 오르고 임대료도 오르기 때문 이주하면서 더 좁은 주거면적이나 더 높은 주거비 부담 등 주거권의 후퇴를 경험하게 됨. (이는 분양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소규모 토지소유자도 마찬가지임.) 뿐만 아니라 서로 돕던 지역공동체가 해체되고 이웃을 잃게 되면서 사회적 어려움도 겪게 됨. 이런 이유 등으로 떠나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강제철거가 집행되면서 일상적인 인권침해를 겪게 됨.

〇 그러나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재개발 사업의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는 실정임.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사전협의체’를 운영하도록 하고 2017년 조례 개정을 통해 법제화를 완료했음. 특히 ‘협의조정’ 단계를 핵심으로 보고 사전협의체의 구성 주체를 구청장으로 조례에 명시했음.

〇 사전협의체 운영의 취지를 고려할 때 구청장의 역할은 형식에 그칠 수 없음. 재개발사업의 시행 주체가 조합이라는 이유로 이주대책 마련과 지원에 대한 책임을 떠맡겨서는 안 되며 지자체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함.

 

 

3. 신길 2구역 재개발사업 주거세입자 이주대책의 문제점

 

1) 주거세입자의 10%도 포괄하지 못하는 이주대책

 

〇 영등포구에 따르면, 신길 2구역 재개발사업 주거세입자 중 이주대책 대상자의 비율은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임. 10가구 중 1가구에게만 제공되는 이주대책이라면 사실상 이주대책이 전무한 수준이라 볼 수밖에 없음.

〇 이는 현행 도시정비법이 ‘정비구역 지정 공람공고일’을 이주대책 기준일로 삼고 있는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 그러나 위 기준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되어 왔음. 법적 기준일은 ‘보상을 목적으로 한 신규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되었으나 구역 지정만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임.

〇 신길 2구역 역시 조합 설립이 2020년에야 이루어졌는데 2008년 이후 입주하는 세입자들이 개발사업을 예상했거나 보상을 목적으로 유입됐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음. 조합 설립 이후로도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5년이 걸린 바, 개발사업이 실제로 진행될 것을 예상했다고 보기 어려움.

〇 영등포구의 이주대책 대상자 파악 현황에 따르면, 도시정비법상 기준일 조건을 충족하는 세입자 가구는 207가구(149+58)로 추정할 수 있음. 전체 세입자 가구의 10%에 못 미침. 이는 당연한 결과이기도 함. 2024년 서울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세입자가 한 집에 평균 거주하는 기간이 3.7년임. 신길 2구역의 경우 세입자가 18년 이상 거주해야 이주대책을 받을 있음. 보통 가구가 5번 이사하는 동안 한 집에 살았어야 한다는 기준은 불가능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님.

 

2) 협의조정을 위한 권한과 계획 없는 형식적 협의체 운영

 

〇 10월 29일 열린 사전협의체는 위와 같은 세입자 이주대책에 대한 검토 없이 법적 기준을 설명하는 데 그침. 대부분의 세입자에게 ‘못 먹는 떡’을 구경시켜준 자리가 되었을 뿐임. 이는 구청이 세입자 이주대책을 보완하기 위해 아무런 역할도 모색하지 않았음을 드러냄.

〇 세입자의 경우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참여할 기회가 전혀 없음. 공동으로 거주하는 지역공동체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으로부터 배제되는 실정임. 이는 결국 재개발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짐. 재개발사업 주체는 민간 조합으로 지역공동체에 대한 책무까지 지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영등포구는 더욱 세입자 이주대책에 관한 책임을 자처해야 함.

〇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구청장은 3회 이상 사전협의체를 운영해야 하며 관리처분계획 인가시 협의 결과가 반영됐는지 여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음. 그러나 1차 사전협의체에서 영등포구는 누구와 무엇을 협의할지에 대해 아무런 계획도 밝히지 않았음. ‘협의’를 위해서는 협의의 주체가 분명해야 함. 그러나 세입자들이 모여서 논의하거나 대표를 세우는 등 협의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하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음. 이는 사전협의체를 횟수 채우는 요식행위로 만들고 있음.

〇 1차 사전협의체에서 영등포구가 제시한 내용은 ‘궁금하면 문의하라’는 말밖에 없었음.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재개발사업의 진행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며 법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알기 어려움. 즉 무엇을 궁금해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려운 것임. 게다가 문의하여 법이 정한 기준만 반복하여 알려줄 것이라면 지자체의 역할은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음.

 

3) 주거세입자의 다양한 처지를 고려하지 않는 이주대책

 

〇 1차 사전협의체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주거세입자 이주대책에 관한 질문은 개인의 처지나 조건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음. 이주대책의 기준은 단순하지만 세부적으로 확인하면 기초생활수급 여부, 주민등록 상황, 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개개인이 대상자 여부를 알기 어려움. 수백 명의 세입자를 한 자리에 모아놓고 한 번 설명한 것으로 충분한 정보 제공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움.

〇 세입자 가구의 다양성도 고려되어야 함. 독거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동포,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족 등 세입자 가구 특성에 따라 재개발사업으로 인한 이주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달라짐. 일례로, 독거노인의 경우 이주대책과 별개로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거나 새로운 거처를 구해 이사하고 새집 정리하는 등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음. 또한 사회적으로 취약한 집단일수록 이웃 관계와 지역공동체가 가지는 의미가 크며 가능한 한 가까운 지역으로 이주하고 싶어함. 이는 민간 조합이 파악하여 지원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지자체가 관내 주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책임져야 할 부분임.

 

 

4. 신길 2구역 세입자 권리 보장을 위한 요구

 

1) 주거세입자 이주대책의 포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십시오

 

〇 현행 도시정비법 이주대책 기준 개선 방안은 오래동안 제시되어왔음. 공익사업법 시행규칙은 세입자 대책 기준일을 ‘사업인정 고시일’로 정하고 있음. 공익사업 중 유독 도시정비법만 구역지정 공람공고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음. 합리적 근거 없이 어떤 사업인지에 따라 세입자 보상을 차별하는 규정임. 도시정비법의 기준일 역시 ‘사업시행계획 인가일’ 기준으로 개정하는 것이 합당함. 서울시 조례 또한 임대주택 대상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인가 신청일’로 기준을 완화하고 있음.

〇 도시정비법의 이주대책 기준은 최저선의 의무를 규정한 것임. 실제 이주대책을 최저선에 맞춰야 할 이유는 없음. 그보다 주거세입자 이주대책을 제도화한 취지와 목적을 살려 실질적인 이주대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임. ‘보상 동기 유입’을 경계하는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사업시행인가일 이전 3개월 이상 거주한 주거세입자에게는 이주대책이 제공되어야 할 것임. 이는 관내외 공공임대주택 입주, 주거이전비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임.

〇 이와 별개로, 도시정비법상 이주대책 기준의 비현실성이 신길 2구역에서 확인된 만큼 서울시와 중앙정부에 알리고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역할 해야 할 것임.

 

2) 재개발사업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및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십시오

 

〇 재개발사업은 단순히 물리적인 환경을 바꾸는 사업이 아님. 지역공동체의 해체와 재구성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며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사업 이후로도 지속됨. 개발사업으로 누가 고통받는지, 지역공동체의 부작용을 없애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함. 이를 위해 재개발사업의 영향을 평가하는 조사가 필요함.

〇 영국 런던에서는 대규모 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평등영향평가’를 시행하여 세입자와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있음. 미국 시애틀에서도 개발사업이 소수 인종이나 저소득층에 미칠 차별적 영향을 분석하며 다른 도시들에서도 불평등 심화를 막기 위한 ‘형평성 영향 분석’을 제도화하고 있음.

〇 서울에서도 성북구가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인권영향평가 시범 실시 연구를 진행한 바 있어 무엇을 어떻게 조사하면 좋을지 참조할 수 있음. 지역사회 및 인권영향평가는 조사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함.

 

3) 세입자들이 지원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만드십시오

 

〇 재개발구역의 세입자는 필요한 정보를 제때 알기가 어려우며 이주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됨. 알 권리와 주거권 등 주민의 인권 보장을 위해 주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창구를 만들어야 함. 창구는 현 시점에서 이주 및 철거 시점까지 운영되어야 하며 그 후 일정 기간까지 운영되어도 좋을 것임.

〇 광명시는 2016년 주민센터에 ‘현장 이주상담 센터’를 운영한 바 있음. 상담 내용은 주거이전비, 임대주택 자격 등 보상 관련 사항뿐만 아니라 전월세 가격에 따른 맞춤 정보 제공, 전세자금 대출 등 금융 안내, 인근 지역 주택 정보, 기타 부동산 관련 생활법률 서비스 등 다양했음. 서울 노원구도 2019년 재생지원센터를 개소하여 주민 상담 등을 진행하고 의견 수렴과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했음. 이주 과정에서 이를 지원하는 역할도 했음.

〇 영등포구의 역할은 조합을 관리감독하는 것에 그칠 수 없음. 이주대책뿐만 아니라 주거복지 차원의 노력이 요구됨. 세입자 등 취약계층이 피해만 입고 이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보제공 및 상담과 사례관리 등을 제공해야 함. 이때 세입자 가구의 다양성을 고려한 이주정착 지원 서비스도 제공될 필요가 있음.

 

2026년 11월 4일

인권운동사랑방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