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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읽는 세상] ‘우장창창’의 욕심이 과하다는 사람들에게

<편집인 주>

세상에 너무나 크고 작은 일들이 넘쳐나지요. 그 일들을 보며 우리가 벼려야 할 인권의 가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 질서와 관계는 무엇인지 생각하는게 필요한 시대입니다. 넘쳐나는 '인권' 속에서 진짜 인권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나누기 위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매주 논의하고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인권감수성을 건드리는 소박한 글들이 여러분의 마음에 때로는 촉촉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다가가기를 기대합니다.


‘우장창창’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다시 들리길래 잠시 귀를 의심했다. 몇 년 전 일일 텐데……. 건물을 매입한 측이 연예인 리쌍이라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장사를 계속하게 됐다는 소식만 얼핏 듣고 잊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기사들을 살펴봤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 조금 놀라웠다.

우장창창, 두 번이나 와장창

정리하자면 이렇다. 곱창가게 ‘우장창창’은 2010년 11월 지금의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2012년 5월 건물주가 바뀌었다. 새 건물주는 ‘우장창창’의 자리에서 장사를 하려고 했다. 건물주는 이전 주인과의 계약 기간도 존중해줬고 약간이나마 보상도 제안했다. 장사를 시작한 지 갓 2년이 된 세입자는 억울했다. 건물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건이 알려지면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게 된다.

세입자는 같은 건물의 지하와 주차장 공간에서 장사를 하게 되었다. 2013년 9월이었다. 그런데 주차장 영업은 불법이라 구청이 문제 삼기 시작했다. 세입자는 건물주에게 ‘용도 변경’ 절차에 협력하겠다고 한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건물주는 오히려 주차장에 설치한 천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맞소송이 진행되던 중 계약기간이었던 2년이 훌쩍 흘러갔다. 그리고 법원은 명시적으로 계약갱신을 요구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고 판결했다. 건물주에게는 건물을 비울 권한이 주어졌다. 용역이 등장했다.

댓글들은 말했다. 건물의 주인인데 장사를 바로 시작하지도 못했고, 굳이 자리를 내줄 이유도 없는데 같은 건물에서 세입자가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배려했으면 된 것 아닌가. 건물주가 자기 건물 자기 맘대로도 못하고,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왜 욕먹어야 하는가. 그렇다. 건물주도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그조차도 법을 바꿔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누군가 건물을 사고 권리를 행사하려고 했을 뿐인데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면, 법이 정한 대로 했을 뿐인데 다른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리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면,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를 위해 법이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상가세입자들이 쫓겨날 때 우리가 물어야 할 것

‘우장창창’이 아니더라도 강제퇴거 위기에 처한 상가세입자의 사연이 종종 언론에 등장한다. 최근 들어 상가세입자와 건물주 사이의 분쟁이 늘어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상가건물이 부동산 시장의 인기상품이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고 개발 사업 수익도 예전 같지 않다. 삽만 대면 돈이 나오는 시대는 끝난 것이다. “대도시 주요상권을 중심으로 임대수요가 꾸준하여”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특히 도심상권을 중심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나 국고채보다도 높은 투자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의 평가다.

돈이 나오니 건물을 산다. 상가세입자들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늘어난다. 장사가 안돼서 망하는 것도 상가세입자인데 장사가 잘돼서 망하는 것도 상가세입자다. 상권이 발달할수록 상가건물에 대한 기대 수익이 높아지고 건물주들은 더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세입자를 들이고 싶어 한다. 이쯤해서 질문이 나옴직하다. 그게 잘못인가? 건물주가 세입자 처지까지 다 살펴야 하는가? 돈 벌고 싶은 마음을 탓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누군가의 삶이 곤경에 빠지길 바라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건물주가 일일이 살피지 않더라도 세입자가 곤경에 빠지는 일 없도록 하는 것이 법의 역할이어야 한다.

건물주가 임대수익이나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건물주 몫의 임대수익이고 시세차익일 수 있을까? 장소를 직접 가꾼 세입자들 덕분에 만들어진 부의 결과 중 건물주가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어차피 법으로 정한 한계와 범위 안에서 존재한다. 지금 사회적으로 필요한 논쟁은 바로 이 '한계와 범위'에 대한 것이다. 억울해서 못 나가겠다는 세입자를 상대로 한 폭력은? 임대수익 극대화를 위한 세입자 퇴거는? 터무니없는 임대료 요구는? 어디까지가 건물주의 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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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의 카페에 올라온 <웹툰 논평> 만화로 보는 우장창창 이야기 중 한 장면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의 카페에 올라온 <웹툰 논평> 만화로 보는 우장창창 이야기 중 한 장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사회적 과제

대한민국 헌법 제23조 제1항은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재산권을 무제한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경우에는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정도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위 헌법 조항이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재산권이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권리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 법률을 통해 정해진다는 뜻이다. 어디에 있는 땅인지, 어떤 건물인지, 어떤 돈인지에 따라 내용과 한계를 정하는 법들이 이미 있다.

상가건물은 건물주에게는 재산이고, 세입자에게는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장소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양자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정한다. 그동안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건물주가 세입자를 내보낼 방법을 알려주는 법에 가까웠다. 강제퇴거의 부당함과 폭력, 세입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2013년과 2015년에 조금씩 개정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개정되어왔듯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내용을 만들어가야 할 법이다. 특히나 이번 ‘우장창창’ 사건은 줄곧 독소조항이라 지적되었던 ‘환산보증금’ 때문에 법이 정한 권리에서 배제된 터라 개정 과제가 더욱 분명해졌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과제는 부동산계약의 정의와 관련된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자영업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너도나도 사장이 되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에서의 불안정성과 자영업시장에서의 불안정성은 경계를 넘나든다. IMF 경제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자영업 창업을 실업해소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영업 시장에 내던져졌을 뿐이다. 살아남아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자영업 시장에 태어난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부동산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자영업 노동시장 연구(I)’에 따르면 초기 비용의 41.3%가 부동산 비용이다. 시설비 28.2%, 권리금 6.3%까지 포함하면 자리를 잡는 데만 75% 가까이 돈을 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삶과 노동의 안정성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흔들리는 삶을 지키기 위해

2015년 국세청이 심재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자영업 생존율은 16.4%다. 특히 음식업은 창업과 폐업 1위로, 날마다 평균 513개의 식당이 생기는 동시에 478개의 식당이 문을 닫는다.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소모전이고, 누군가의 삶을 떠올리면 너무 잔인한 현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음식숙박업 등에 진입을 많이 하는 것이 문제라며 퇴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치킨공화국의 사장들을 위해 파견노동을 확대해야 한다는 엉뚱한 소리만 해대고 있다.

‘우장창창’의 욕심을 탓하는 댓글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억울한 사람한테 굳이 법을 확인시켜주려는 것이라면 말 보태지 않는 것이 낫다. 억울해하지도 말라고 타박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으니 말이다. 억울함에 공감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억울하다는 걸 알아줄 수는 있지 않은가. ‘우장창창’이 얼마나 벌었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가난한 세입자를 불쌍히 여겨달라거나 구제해달라 호소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비슷한 억울함들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니 우리가 토론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흔들리는 삶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함께 모색하는 것은, ‘우장창창’뿐만 아니라 리쌍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덧붙임

미류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