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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현안 '교착상태' 풀릴까?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 인권단체 면담


10일 방한한 메리 로빈슨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10여명의 인권단체 관련자들을 만나 △탈북 난민 △국가인권위원회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한 민간단체의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와 민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가인권기구 설치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낸 로빈슨 인권고등판무관은 "'교착 상태'를 어떻게든 조정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이날 참석자들의 평이다.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국가인권기구공대위)'의 최영도 고문은 "국가인권기구를 법인 기구로 설립하겠다는 대통령과 법무부의 계획이 변함이 없는 것 같다"며 "반드시 위상이 독립되고 실질적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으로 설립돼야 한다는 점을 정부당국에게 강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인권고등판무관은 "여러분이 최저선으로 설정한 내용을 획득하는 대신에 포기할 것이 있느냐?"고 질문했고, 국가인권기구공대위 측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를 양보했다"며 '국가기구화'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임을 강조했다. 또 "그 부분에 대해 민간단체 간에도 이견이 있는것 아니냐?"는 고등판무관의 문제제기에 국가인권기구공대위 측은 "공대위에서 지속적으로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 간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일부 원로들이 (국가인권기구를 만들) 기회를 놓칠 것을 우려하면서 우선 법부터 만들기를 원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 답변했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해 서준식 인권운동사랑방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을 거쳐서 국보법의 폐지 또는 개정을 위한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국가인권기구와 마찬가지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다"며 "민간단체는 가장 많은 구속자를 내는 국보법의 핵심 독소조항인 7조 3항 폐지를 강하게 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어떻게든 유지하려하고 있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난민보호유엔청원운동본부' 등 북한인권 관련 단체의 관계자들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중국과 한국 정부에 북한난민에게 인도적인 처우를 할 것을 촉구해 주기 바란다"는 희망을 전달했다. 특히 동석한 한 탈북 난민은 "중국 내 탈북자들은 어떤 법적 해결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양심을 향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며 "적어도 강제송환만은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고등판무관은 "방금 몽골에서 열린 워크샵에서 오는 길인데 거기서 만난 북한 당국자들이 관련 유엔 인권조약의 비준을 고려하는 등 좋은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며 "여러분의 요구에 부응하여 오는 10월 1일 UNHCR과의 회의에서 이 문제를 의제에 올리고 충분한 논의를 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고등판무관은 이날 인권단체와의 면담을 마친 후 김정길 법무장관과 만나 국보법 개폐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