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쏟아지는 성폭력 방지 대책

전자팔찌, 문패, 야간외출금지…

지난 1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학생이 성범죄 전과 9범의 이웃집 남성에게 성추행 당한 뒤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대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법무부(장관 천정배)는 최근 대통령 연두업무보고에서 성폭력 범죄 보호관찰 대상자의 야간외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보호관찰등에관한법률에 따라 법원 또는 보호관찰심사위원회가 외출제한명령을 부과할 경우 담당보호관찰관은 대상자의 거주지를 직접 방문해 거주지에 설치된 전화기를 통해 대상자의 음성을 외출제한명령음성감독서버에 등록한다. 서버는 외출이 제한된 시간 동안 대상자가 외출하는지 여부를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점검하고 이를 녹음해 분석한다. 이는 사람의 지문이 개인별로 특징이 있는 것과 같이 사람의 음성도 개인별로 특징이 있는 점(성문)을 응용한 것. 휴대전화로 착신해 전화를 받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발신지를 추적하고, 녹음기를 통한 답변을 방지하기 위해 매번 질문사항을 달리한다.

이 제도는 2003년부터 시범실시되어 지난해 전국으로 확대된 결과 일반 재범률이 7.5%인데 비해 외출제한명령 부과자의 재범률은 3.6%에 불과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법무부는 주로 소년범과 절도·폭력 범죄에 대해 부과했던 외출제한명령을 성인과 성폭력사범까지 포함해 다양한 범죄군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법원에 홍보책자를 배포하고 보호관찰심사위원회에 활용범위를 확대하도록 지시한다는 것.

여야 의원들도 경쟁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박세환 의원(한나라당)은 △특정 성폭력범죄로 2회 이상 징역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기의 합계가 3년 이상인 자로 출소 후 5년 이내에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 △성폭력범죄를 수회 범하여 상습성이 인정된 자 △19세 미만의 피해자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자 △심신상실자로 형법에 의해 벌할 수 없는 자 등에 대해서는 이른바 '전자팔찌'를 부착하도록 하는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해 7월 발의했다. 같은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에 상정된 이 법안은 5년 이내의 범위에서 검사의 신청으로 법원이 부착명령을 선고하도록 했다.

열린우리당 제6정조위원장 이은영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범이상 성범죄자의 얼굴과 직업, 상세주소를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청소년대상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초범의 경우에도 공개하며 △상습범에 대해서는 주거를 제한하고 집 앞에 문패를 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김애실 의원(한나라당)은 성명서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근본적인 보호는 범죄 예방 및 재발방지"라며 △법사위가 성폭력방지 관련법을 조속하게 개정하고 △법무부는 범죄자 사후관리 강화, 거주지 제한, 정신과 치료 등 가해자 재발방지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법원이 성폭력 근절 의지를 담은 판결을 내릴 것 등을 요구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인권팀 자주 간사는 "그동안 유아 성폭력은 무혐의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로 처벌했으면서, 이 사건이 터지고서야 대책이 나온 점은 아쉽다"면서도 "정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성범죄에 대해 정책당국이 강한 처벌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주 간사는 "정치권에서 거세 얘기까지 나오는데 심각한 범죄 앞에서 결과물인 법안 통과에 급급해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성폭력의 심각성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뒤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자팔찌나 문패에 대해서는 찬성이나 반대 입장은 아니고 외국에서 실시되고 있으므로 좀더 지켜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굳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이 성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상공개제도의 확대에 대해 자주 간사는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과 관리감독과 함께, 주소와 사진 등 세부내용을 공개해야 하고 열람권도 지역주민과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성폭력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주 간사는 "성폭력 수사에 있어서 진술녹화가 제대로 시행되어야 하고 증거로 채택되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가해자 재범방지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 교육을 하더라도 합의나 집행유예처럼 형량을 낮추면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저지른 범죄에 대해 대가는 먼저 치르고 가해자 교육, 성인지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도 있다"며 "현행법대도라도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먼저이고 수사관에 대한 교육과 함께 법관이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판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합의를 종용한다든가, 합의가 되면 형도 낮아지는 등 성폭력을 합의가능한 범죄로 보는 것 자체가 우리사회가 성폭력 문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YMCA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6개 단체는 21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대책마련 촉구대회를 열고 △초범자에 대한 교육 강화 △교도소 내 교육프로그램 마련 등 가해자에 대한 국가 관리감독 체계화 △지역사회와 학부모 홍보·교육 강화 △학교 성교육 강화 등을 요구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대안마련을 위해 24일 여성부·법무부와 확대 당정회의를 가지겠다고 22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