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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공판중심주의'를 담은 사개추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마련한 공판중심주의 방향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검찰의 집단행동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평검사들의 반발에 대해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이 자제를 종용하고, 청와대가 급기야는 징계까지 들먹이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와 같은 사법제도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제도 개혁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우리는 검찰의 반발에 동의할 수 없다. 공판중심주의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국민참여형 재판에 대해서는 사법개혁위원회 때부터 진지한 논의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의 반발은 사법 권력을 독점해왔던 검찰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태도로 비칠 뿐이다.

이번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담고 있는 '공판중심주의'는 사법제도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와 반인권적 제도가 개혁되고, 인권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먼저 피고인이 위축된 심리상태에서 검찰에서 작성한 조서가 그대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되는 일이 사라지게 된다. 이제 자백 위주의 수사가 인권적 관점에 입각한 과학적인 수사, 선진화된 수사기법을 동원하는 수사로 대신될 것이다. 가혹행위가 발생할 개연성은 현저하게 사라지게 된다. 둘째, 사건의 실체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검사와 변호인의 공방은 법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에 의해 판단되고 모든 것이 공개되기 때문에 피고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유무죄에 대한 판결이 진행되던 조서와 서류 중심의 재판이 사라지게 된다. 셋째 위압적인 법정의 구조가 평등한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제 변호인의 옆에 앉아서 변호인과 의논하면서 검찰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피고인의 방어권은 실질적으로 높아지게 되어 형사사법 원칙의 하나인 '무기대등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변화는 지금까지 일부 법조인이 독점하던 사법권력이 해체되고, 국민들의 감시와 견제 하에 놓이게 된다는 점에서 사법개혁의 바람직한 방향이며, 그것은 시대적인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공판중심주의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확정 시기가 검찰의 반발로 연기되고 있고, 검찰의 반발을 의식하여 검사의 피고인 신문절차를 다시 인정하고, 녹음, 녹화 자료의 증거 인정 범위를 둘러싸고 사개추위가 기본적인 입장을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에 연연한 검사들의 입장이 국민들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지금까지 나온 안들은 초안일 뿐 앞으로 사개추위 논의 과정과 정부의 개정안 확정 과정, 국회에서의 법안 심의과정에서 어떻게 기본안이 후퇴할지 모른다. 국민적 합의에 기초하고,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충분히 갖추었고, 국제인권기준에 발맞추고 있다고 인정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기본 골격이 더 이상 사법권력의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에 따라 흔들리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사개추위는 국민참여형 공판중심주의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인권적 원칙에 입각한 형사소송법 마련에 최선을 다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