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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안기부, 공중전화 수십곳 감청

범민련, 북한동포돕기 '간첩지원' 혐의


21일 서초동 서울지방법원 311호 법정에서는 안기부의 놀라운 감청 사실이 확인됐다.

간첩(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경우(범민련 사무처장)씨에 대한 직접심문 과정에서 검사는 민씨와 일본에 거주하는 박용(범민련 공동사무국 사무차장)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하나하나 열거해 나갔다.
"○년 ○월 ○일, 사당역 4거리 공중전화에서 박용씨에게 전화를 걸어…한총련, 전국연합, 민족회의 등과 관련, …을 보고했죠?"

"충현교회 내 공중전화에서…"
"중앙대 정문 옆 공중전화에서…"
"방배동 국민은행 지점 내 공중전화에서…"

공소장에 따르면 민씨의 통화를 감청한 것은 1년여 동안 수십 건에 달했다. 물론 검찰의 의도는 두 사람간의 통화 사실과 내용을 통해서 간첩 혐의를 입증하려는 데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내용은 오히려 안기부의 불법감청에 대한 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씨의 담당변호인인 김병주 변호사는 "아직 녹취서를 제출하지 않아 검찰이 통화내용에 대한 기록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하지만 안기부가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상태에서 감청을 했다면, 이는 위법행위이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씨는 이날 박씨와의 통화사실(국보법상 회합.통신 혐의)은 인정했지만 기밀누설(간첩 혐의)이라는 검찰측 주장은 부인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역시 주목을 끈 것은 범민련의 북한동포돕기 모금운동의 성격을 둘러싼 심문이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범민련은 모금액 1만 달러를 북한으로 송금할 계획이었다"며 북한동포돕기운동을 조총련 및 북한과 연계시키려 했다. 그러나, 민씨는 "모금액을 일본의 공동사무국으로 전달할 계획이었을 뿐"이라며 "검찰이 과도한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창순 씨 안기부 가혹행위
대한변협, 진상조사 벌이기로

또한 안기부에 연행된 뒤 물고문을 비롯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법정 진술한 나창순(범민련)씨 재판도 속행되어 관심을 모았는데, 나씨는 "안기부 주장과 달리, 범민련의 모금이 일본의 공동사무국으로 전달됐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나씨의 법정진술과 관련,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함정호 변호사)는 안기부의 고문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민경우, 나창순씨와 함께 북한동포돕기운동과 관련해 구속된 이종린(범민련 의장대행), 이천재(범민련 부의장)씨의 공판은 오는 2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