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너무나 폭력적인 '학교폭력' 대책

[토론회] "학교폭력 문제, 이렇게 풀자!"

학교폭력에 대해 정부가 연일 내놓고 있는 대책들이 과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인권·사회단체들은 '아니'라고 일축한다. 학교폭력 대책이 오히려 폭력적이며, 감시와 처벌 위주라는 것이 그 이유.

최근 경찰청에서 주관한 워크숍에 참가한 한 교사의 '일진회'에 대한 발언 이후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학교폭력에 대해 정부 부처들은 자진신고 및 피해 신고기간 설정 스쿨폴리스 제도 도입 교내 감시카메라 설치 학교폭력 관련 보호관찰 대상자들에게 병영체험 훈련 등 각종대책들을 앞 다퉈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다산인권센터 등 인권·사회단체들은 25일 흥사단 강당에서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법을 찾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폭력으로 폭력을 해결한다?

발표자들은 '노는 아이들 그룹=일진회=조폭'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며 내놓은 정부의 대책들은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또 다른 폭력을 낳을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결같이 우려했다.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은 사법적 처방에 치중하고 있어 학교폭력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경양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스쿨폴리스 제도나 학내 감시카메라 설치는 학생들을 감시와 처벌의 대상으로 바라봐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 뿐 폭력을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관찰 대상자들에 대한 병영체험 훈련에 대해 "5공화국 시절의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킨다"며 "삼청교육대가 '교화'라는 이름으로 온갖 폭력을 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청소년들에게 행해질 인권침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25일 열린

▲ 25일 열린 "학교폭력 문제, 이렇게 풀자!" 토론회



더욱이 정부의 엄벌 위주 단속·처벌 대책이 '비범죄화'를 강조하는 청소년 사법에 대한 국제인권기준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비행과 범죄를 구분해 비행을 범죄화하지 말 것과 비사법적인 절차로 범죄(혐의)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배경내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학생 폭력에 대한 대응이 과도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경우 범죄자라는 '초기 낙인'은 이들을 더 깊은 절망과 증오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러한 대책은 피해의 예방도 가해자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폭력을 재생산하는 구조

학교폭력이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폭력으로만 묘사되는 것도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원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 출범 준비위원은 "학교폭력은 가해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교사들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군사문화, 입시위주의 교육, 폭력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사회적인 문화 속에서 생겨난다"며 "학교를 위시한 기성사회가 먼저 상호존중과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학교폭력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상임활동가 역시 "생활지도와 교육이라는 외피를 쓰고 오랫동안 용인되어 온 '비가시화된 폭력'을 내버려둔 채 학생들 사이의 폭력만 문제시한다면 폭력을 근절하기는커녕 사회와 학교의 '위선'에 대한 조롱만 키울 뿐"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학교에서의, 학교에 의한 폭력'을 외면하는 이상 폭력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


청소년 권한 강화가 해법

그렇다면 학교폭력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참석자들은 학교폭력에서 청소년들을 가해자나 피해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로 바라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승문 서울시 교육위원은 "청소년을 불안하고 보호해야할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며 "학생회 등 자치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민주적인 삶을 체험함으로써 권한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효관 문화연대 청소년문화위원장도 "교사나 학생들을 철저하게 타자화시키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갈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어 "학교가 입시와 경쟁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학교 공간 자체를 재구성하고, 감시와 처벌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획을 확장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피해자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는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이 일회적인 대응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하며 이후에도 매달 토론회를 개최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공동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한 오는 29일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 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인권적이고 반교육적인 정부대책을 비판하고, 국무총리실에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