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학교폭력은 모두가 품어야할 숙제

따돌림·학교폭력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 열려

중학교 1학년인 A양은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길에 같은 학교 여학생 12명에 의해 학교 근처 공원의 공중화장실로 끌려갔다. 12명의 학생들은 말이 없고 내성적인 A양에 대해 '지능저하 장애인'이라고 놀리면서 괴롭혀왔다. 이날 이들은 A양을 위협하며 옷을 벗기고 성추행을 했다. 심지어 이들은 지나가던 남자 아이들을 불러 "구경하라"고까지 했다. A양은 이 일을 담임교사나 부모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한동안 등교를 못한 채 집에서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들은 "단지 장난이었다"며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례는 14일 전교조와 학생생활연구회가 주최한 '따돌림 및 학교폭력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소개된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일어난 실례이다. 소위 '왕따'라고 하는 집단 따돌림 현상은 폭력, 성추행에 이제는 '사이버'로까지 옮겨가며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가 되고 있다. '왕따' 뿐만 아니라 '전따'와 '은따'라는 용어도 생겨났는데 '전교생에게 왕따'라는 의미의 '전따'와 '은밀히 왕따'라는 뜻의 '은따'는 이미 학교 사회에서 보편화되었다는 것.

'학생간 괴롭힘'이라고 하는 '왕따' 문제는 96년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던 급우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온 사건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급속히 부각되었지만 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히 심각하다. 이는 학생간 괴롭힘 문제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며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강화'로 이어지는 결론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학생생활연구회 따돌림사회연구모임의 김혜정 씨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은 가해학생을 사회적으로 왕따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돌림 사건을 대할 때 주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지만, 사건은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잣대보다 구조적인 맥락으로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를 가해자나 피해자에게 일방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느 것 하나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결국 따돌림 현상은 상호적이고 구조적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

이러한 학생간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이 지난 1월 29일 공포되었고 다가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문석 전교조 학생청소년위원장은 이 법이 "학교폭력문제의 모순을 여전히 담고 있는 상태"라며, △법률에서의 교육주체의 배제 △징계와 처벌 중심의 법률 △예산의 빈곤 등을 한계점으로 지적했다. 이 씨는 "근본적이고 교육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학교복지 시스템의 구축 △생활중심·협동 교육과정으로의 개편 △학생 인권 보장 및 자치활동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법률은 어쩔 수 없이 당사자인 학생들의 방식이 아니라 '어른들'의 방식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며 "법·제도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법률의 시행령안에서는 '학교폭력'을 학생과 학생간의 행위로만 규정하고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학교폭력으로서의 학생간 괴롭힘은 전쟁이나 군대 등과 같은 폭력적인 사회 분위기나, 체벌 등으로 드러나는 교사폭력, 가정폭력 등이 근본적인 원인일 수밖에 없다.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폭력의 구조를 파악하지 않고는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심한기 '품 청소년문화공동체' 대표는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소통과 관계의 복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