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논평] 감시와 처벌로 '학교폭력'을 잡을 수 없는 이유

경찰이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이른바 '일진회'를 지목하고 조직파악과 해체에 나섰다. 경찰은 일진회가 금품상납과 '왕따'를 비롯한 학교폭력의 배후 구실을 하고 있다며 4월까지 설정된 자진신고 기간에 가해학생이 일진회를 탈퇴하고 경찰수사에 협조하면 최대한 선처하되 5월부터는 특별단속과 처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심지어 부산경찰청과 교육청은 퇴직경찰·교사를 학교에 상주시키는 이른바 '스쿨폴리스' 제도를 시범실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인 문제해결의 주체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배제하고 경찰이 개입하는 데 찬성할 수 없다. 경찰 방안은 학생·교사·학부모에게 학교폭력의 감시인과 신고인 역할만을 부여할 뿐 오히려 문제에 맞닥뜨리는 것조차 꺼리게 만들지 모른다. 또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위주의 대안은 가해학생을 사회적으로 '왕따'시키는 것일 뿐 학교폭력을 없애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는 학교폭력을 더욱 은밀하고 극악스럽게 만들 뿐이다.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은 처벌과 감시의 강화가 아니라 학교폭력의 진정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경찰개입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번 방안을 포함해 지금까지의 문제해결 방식은 폭력의 주체를 학생으로만 한정짓고,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관계로만 바라봤다. 유일한 해결방식은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의 강화와 '예비 가해자'인 전체 학생에 대한 감시였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 과연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학교폭력을 왜 학생들 사이의 폭력으로만 한정짓고 대책을 부르짖는가? 학교폭력은 학생들 사이의 폭력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학교당국이 학생들에게 자행하고 있는 폭력까지를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학생들 사이의 폭력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눈에 보이는 폭력'뿐 아니라, 학생들을 폭력문화와 경쟁으로 내모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낳은 결과가 아닌가. 그럼에도 이러한 폭력들은 외면한 채 처벌과 감시를 통해 학생들 사이의 폭력만 제거하려는 시도가 어찌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학교장을 비롯한 교사나 학부모의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변화 없이는 학교폭력의 악순환은 막을 수 없다.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방지에만 국한된 교육이 아니라 평화적인 감수성을 길러내는 포괄적인 인권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학교폭력의 원인이 광범위한 만큼 해결방법 또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학생회와 학칙을 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보장해 학생 공동체 안에서 폭력을 스스로 제거해 가는 경험과 자신감을 쌓도록 해야 한다. 학생·교사·학부모 사이에 더 이상 폭력이 필요하지 않는 민주적 관계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방안이 걸어갈 방향이다. 학교의 일상을 인권의 원칙에 맞게 재조직하지 않는 한, 폭력과 인권침해의 악순환을 극복할 수 없고 결국 아이들도, 학교도, 우리 사회도 망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