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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 날다] 조금조금씩 더불어 편견의 알 깨기

인권교육, 여전히 고민되는 것들

“이번 특수교육 전공 워크숍이〈내 인권감수성 쑥쑥 + 편견 깨기〉라고 해서,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해보고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11월 18일, 성공회대 교육대학원 특수교육 전공 주최로 반(反)편견 교육 워크숍이 있었다. 특수교육 전공 혹은 관심이 많은 12명의 교사들과 함께 인권의 눈으로,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편견의 씨앗’을 찾아보고 특수교육/특수교육 대상자를 둘러싸고 있는 ‘자기 안에 있는 편견의 알’을 깨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주알고주알, 하고 싶은 이야기

첫 번째, 숨어있는 편견 찾기는 불특정 다수 누구에게나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픽토그램이나 포스터 등에 녹아있는 편견의 씨앗을 찾아보는 활동으로, 이를 통해 일상에 녹아있는 선입견/편견을 무디게 바라보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우선 참가자들을 모두 세 모둠으로 나누었고, 각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를 꼼꼼 살펴보면 :

숨어있던 편견 찾기 : 각 모둠별로 나누어가졌던 픽토그램 및 포스터들

▲ 숨어있던 편견 찾기 : 각 모둠별로 나누어가졌던 픽토그램 및 포스터들



(흡연으로 인한 체력 저하로) 스물한 살 처음으로 운동 경기에서 패배했다는 남성과 담배냄새 때문에 (애인으로부터) ‘차였다’는 스물두 살 여성이 돋보이는 금연포스터. 이 포스터를 본 모둠은 이른바 몸짱 남성과 얼짱 여성의 대비라든가, 흡연을 통해 여성은 ‘관계’에 남성은 ‘자아실현’에 실패했다고 표현함으로써 여전한 남녀의 공적/사적 영역 분할 등을 숨어있는 편견의 씨앗으로 찾았다. 또 다른 모둠이 본 것은 에스컬레이터 탈 때의 유의사항을 나타낸 픽토그램. 이 모둠은 아이는 보호받아야 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존재로 표현하고, 아이의 보호자로는 늘 여성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나 복장으로 성별을 판단하는 사회의 고정관념, 안전에 대한 책임이 국가나 기업보다는 개인(보호자)에게 일차적으로 있다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마지막으로 ‘에이즈 퇴치’ 포스터.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해 ‘순결’을 강조한 포스터를 보며 이 모둠에서는 순결 즉 성관계가 마치 에이즈의 주원인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며 다른 질병과 달리 에이즈에는 ‘퇴치’라는 말을 사용해 그에 대한 오해를 증폭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두 번째, ‘편견의 알깨기’ 시간에는 좀더 영역을 좁혀 학교라는 공간의 구성원들이 가지는, 특수교육과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한 편견/선입견을 표현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았다. 우선 다른 교육 주체들이 특수교육과 특수교육 대상자에 대해 갖는 편견과 선입견을 모둠별로 논의한 후, 그 내용을 한 장면의 사진으로 나타내는 활동으로, 다른 모둠이 그 상황을 맞출 수 있도록 멈춤 - 연속 동작 - 소리의 세 단계로 나타냈다. 더 나아가 무엇이 이러한 편견들을 단단하게 만드는지 살피고 그 원인 제거를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논의했다. 그 중 한 모둠에서 나온 이야기를 해보면 :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학교 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편견/선입견이 툭 튀어나오는 상황을 순간 포착 - 한 컷의 사진으로 나타내었다.

▲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학교 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편견/선입견이 툭 튀어나오는 상황을 순간 포착 - 한 컷의 사진으로 나타내었다.



수업 시간에 계속 말을 듣지 않는 비장애인 학생에게 참다못해 함께 수업을 하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이름을 대며 “○○처럼 대해주길 원하니?”라고 꾸중하고, ‘배려’라는 이름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배제하며 학급 내 다수의 비장애인 학생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구분지어 편견의 벽을 더욱 단단하게 높이 쌓았던 경험을 나누었다. 이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꿈틀이들에게서 터져나온 고민은 서로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각자의 인권감수성을 돌이켜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일상에 내 안에 숨어있는 편견들을 찾아보고 - 이를 더 견고하게 하는 원인을 꼬집고 - 그 원인을 없애기 위한 실마리를 고민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꿈틀이들의 인권(특히 학생인권)과 인권감수성, 인권교육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진 것 같다. 활동 후 이어진 자리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인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지 인권감수성 및 인권교육에 대한 나름의 오해나 이해에 대한 수다를 풀어놓았다. 이제는 아이/학생의 꺼풀을 벗기고 학생을 한 인간으로 바라보자는 이야기, 편견의 알을 깨는 데에 구조적 접근보다는 교사의 배움(개인의 노력)을 강조하던 이야기들 - 맞장구 치고 싶기도 하고 여전히 되묻고 싶기도 한 이 수다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더 깊이있게 나누지 못함이 아쉬웠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것?!

이번 교육이 ‘인권감수성을 통한 반편견 교육 워크숍’이다 보니 편견에 대한 경계와 인권감수성에 대한 염두로 활동 내내 약간의 긴장이 흘렀다. 하지만 활동 틈에서 헤실헤실 풀어져 흘러나오는 날 것 그대로의 생각과 말들이 인권교육의 절실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아, 오해는 마시라~ 이것이 불편하거나 나쁘다는 건 결코 아니니까! 꿈틀이들이 그대로의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꾸미지 않고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니 오히려 참 잘된 상황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것은 항상 고민이 되는 게 사실.

(상황 1) 주어진 활동 시간이 다 가고 발표를 남겨둔 순간, 모둠에서 나서는 이가 없자 “막내가 해야죠~ 뭐로 보나 제가 막내니까 제가 할게요~”라는 말과 함께 터지는 웃음들 : 활동과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인권감수성을 자극하는 이런 말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할 지는 늘 난감하다. 하던 활동을 멈추고 나이나 경력 등에 따른 서열주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나? 음, 다른 이에게 시킨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하겠다면서 웃자고 한 말씀인 것 같은데, 어떻게 ‘잘’ 건드릴 수 있을까? 지금 분위기가 경직되기라도 하면 어쩌지? 등등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상황 2) 금연 포스터에 담긴 편견의 씨앗을 찾아본 후 저쪽에서 나온 질문 하나, “청소년 흡연 문제가 정말 문제긴 문제예요~ 담배 피는 아이들,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큰일이에요.” : 청소년 흡연 문제를 ‘지도’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그 말에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는 사이, 그건 지금 하고 있는 활동과는 또 다른 별개의 논의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꿈틀이들. 모두들 지금 나누는 건 무리라는 데에 동의했지만 터져 나온 이상 그냥 넘어가기에는 왠지 아쉽다.

(상황 3) 숨어있던 편견의 씨앗을 찾은 다음 그 대안을 이야기해보고 수정해보자고 하자, 에스컬레이터 탈 때의 유의사항 중 하나인 여성 어른의 손을 잡은 어린이 픽토그램을 “(엄마에서) 아빠로 바꾸는 거예요. 아니면 아이 양쪽에 엄마와 아빠를 그리는 것도 괜찮고.” : 물음에 대해 즉각적으로 튀어나온 그 대답을 두고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꿈틀이가 행여라도 정답이 따로 있다고 느낄까봐, 돋움이 이야기하는 것을 정답으로 여길까봐, 걱정되는 마음에 입 안에서 오물거리기만 할 뿐이다.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이렇게 해야 했을까? 저렇게 해야 했을까? 이러한 상황들은 당시에나 지금에나 여전히 나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무엇보다 꿈틀이들이, 그때 당시 혹은 이 글을 읽으며, 얼굴 빨개질까 솔직했던 자기 모습을 탓할까 참 조심스럽다. 이렇듯 인권교육은 쉽지 않다. 돋움을 포함한 모두가 각자의 인권감수성을 드러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각자 인권의 눈으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며 조금씩 조율해 나갈 때 쑥쑥 자라는 인권감수성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를 나를 해방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이러한 고민들이 제자리에 머물러있지 않고, 같은 듯 다른 상황 상황에서 더불어 날기 위한 날갯짓으로 여겨지는 거겠지. (솔직히 그래도 괴로운 건 어쩔 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