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고] 노동자의 짐은 왜 이리도 무겁습니까?

[편집자주] 지난해 7월 경기도 용인의 한원컨트리클럽(아래 한원CC)은 용역전환시 사전에 노사협의 하도록 한 단체협약을 무시한 채 경기보조원 전원을 용역으로 전환하고 이를 거부한 노동자 40명 전원을 해고했다. 쫓겨난 노동자들이 시작한 투쟁은 용역깡패들의 집단폭행과 경찰의 비호, 15억원의 손배와 5억5천만원의 가압류 속에 지난 8개월 동안 이어져왔다. 지난 4일에는 조합원 원춘희 씨가 골프장 입구에 세워둔 방송차 안에서 수면제를 복용한 후 자신의 왼손 동맥을 끊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분노한 노동자들은 농성천막을 서초동 한원CC 본사 앞으로 옮기고 투쟁 고삐를 다잡고 있다.


지난해 7월 찌는 듯한 한여름에 시작한 항의는 계절을 세 번 바꿔 놓고도 답답한 채로 있습니다. 두 아이의 가장이 되어 살아 보겠다고 뒤늦게 투쟁을 시작한 한원CC의 경기보조원 임옥현입니다.

9일 한원CC 본사 앞에서 열린 '불법용역 철회, 손배가압류 철폐, 노조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들

▲ 9일 한원CC 본사 앞에서 열린 '불법용역 철회, 손배가압류 철폐, 노조탄압 분쇄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여한 조합원들



사람대접은 못 받지만 내 아이들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어 그래도 참아낼 수 있었는데…. 회사는 그 마저도 앗아가고자 용역으로 전환할 테니 노예로 살라 했습니다. 수용하지 않으면 일을 주지 않겠다는 협박과 함께 백지에 서명을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투쟁이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았던 텔레비전 속 투쟁에 내가 중심에 설 줄이야.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요를 부르고 사회적 모순을 왜 힘없는 이 여성 노동자들이 짊어져야 하는지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항의는 계속됐고 용역깡패가 들어와 여성조합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공권력'에 도움을 요청해도 노사문제로 외면해버렸습니다. 이 사회에서 약자의 서러움을 보호하는 곳은 한 곳도 없음을 알았습니다.

길바닥으로 내몰린 40여명의 여성조합원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노동가요와 구호를 외친 것 뿐인데, 회사는 개인적 아픔을 겪으며 마련한 낡고 작은 시골 13평 아파트에 손배가압류 5000만원과 아이들 급식비, 전기, 전화요금을 인출하는 70여만 원이 든 통장을 압류하는 치졸한 짓을 자행했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지금엔 그 5000만원의 가압류로 가슴에 돌을 얹고 사는 심정입니다.

또 한 여성 조합원은 며칠전 가압류 사실이 노모에게 알려질 것이 두렵고 괴로운 나머지 손목을 절단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함께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비통하고 분노합니다. 회사에 분노하고 사회에 분노합니다.

왜!! 노동자의 짐은 이다지도 무거운 겁니까? 오죽했으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비정규직 가운데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서 계속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까? 제도권 밖 사람들은 꼭 죽어야만 인정을 받는 걸까요. 대답해 주십시오. 단지 두 아이의 엄마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것 뿐인데….

전 꿈을 꿉니다. 내일이라도 용역이 철폐되어 사람답게 일할 수 있을 거란 꿈을…. 투쟁하는 엄마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온다는 내 딸아이에게,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내 아들에게 따뜻한 사랑 나눠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없는 사람 사회적 약자인 여성가장들이 가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보겠다는 데 사회에서 보호해주고 격려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랜 투쟁 끝에 가부장제도의 상징인 호주제는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한원CC의 여성들은 대한민국 여성에서 제외된 여성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보겠다는데 도와주십시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다시 웃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시고 힘이 돼 주십시오.
덧붙임

임옥현 님은 한원CC 노조 조합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