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분석> 대안적 신분등록제를 말한다 (상)

1인 1적 알고 보니 '가족부'

<편집자주> 호주제 폐지논의는 이제 남녀차별의 문제를 넘어 신분등록제도를 새로 짜는 작업으로 옮아가고 있다. 새로운 신분등록제가 인권의 원칙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론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그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2회에 걸쳐 대안적인 신분등록제에 관한 논의를 소개한다.

10일 대법원은 호주제 폐지 이후 호적제를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를 발표했으나 프라이버시 보호 및 소수자 차별금지의 원칙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기본 원칙으로 △신분정보의 철저한 보호와 효율적 유지·관리 △다양한 가족형태의 보호 △필요한 정보의 적절한 공시를 내걸며 '혼합형 1인1적 편제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즉 사람마다 한 개의 신분등록부를 편성하며, 여기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부모, 자녀의 신분정보를 포함하도록 하고, 신분변동사항은 본인 것만 기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목적범위에 맞게 가족증명, 일반증명, 혼인증명, 입양증명을 따로따로 발급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인신분등록에 가족정보 필요 없다

무엇보다 인권단체들은 대법원의 '혼합형 1인1적 편제방식'이 프라이버시 보호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름으로닮은여성연대' 타리 활동가는 "1인1적 편제방식에 가족의 신분 정보를 포함시키는 것은 신분등록부의 목적을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또한 "새로운 신분등록제에는 목적범위에 맞는 최소한의 정보가 담겨야 하며,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다른 정보와의 연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본인 및 가족의 신분사항과 신분변동사항에 대해 목적범위에 맞게 증명양식을 발급함으로써 신분정보가 보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의 핵심은 목적에 따라 개인정보를 선택해 출력하는 문제로 국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수집할 때부터 범위와 목적 등의 정확성을 지켜낼 때만이 개인정보가 철저하게 보호될 수 있다.

'혼합형 1인1적 편제방식'의 또 다른 문제점은 여전히 가족을 매개로 한 수직적 국가 통제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타리 활동가는 "호주제의 큰 문제 중 하나는 개인신분을 호주와의 관계 속에서 증명하는 방식이었다. 호주제가 폐지되는 상황에서 개인신분을 또 다른 가족을 통해 증명하려는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 이것이 호주제 폐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가족형태에 대한 차별 여전

더욱이 대법원의 '혼합형 1인1적 편제방식'은 이른바 '정상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포시킬 위험이 존재한다. 대법원의 안이 개인별 신분등록제 방식을 취하고는 있으나 사실상 기준인이 '본인'이 되는 '가족별 편제방식'과 거의 일치한다. 모든 개인은 부모와 자녀가 있고, 그것이 한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문서의 기본 틀이 된다는 인식은 고아, 한부모 가족, 비혼모/부, 비혈연 공동체, 독신가구, 동성간/이성간 동거 등의 형태를 '비정상화' 하는데 일조한다. 결국 '혼합형 1인1적 편제방식'에는 대법원이 기본원칙으로 삼은 다양한 가족형태의 보호가 제대로 녹아들어 있지 않다. 끼리끼리 케이 활동가는 "대법원안은 1인1적 '가족부'일 뿐이다. 기본 포맷이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소위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점에서 가족별 편제와 다를 바 없다"며 "부모나 배우자 자녀를 기입할 수 없어 공란으로 남아있는 경우는 그 자체가 차별을 매개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법원은 '혼합형 1인1적 편제방식'을, 법무부는 '가족별 편제방식'을, 인권단체들은 '목적별 편제방식'을 제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는 13일 오전 11시 안국동 철학까페 '느티나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목적별 편제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목적별 편재방식에 대한 소개는 13일자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