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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법에 가족개념 필요없다

민법개정안 공청회, 낡은 가족개념과 신분등록제 지적


국회 법사위는 3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법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해 여성계, 학계, 법조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법사위에는 정부,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제출한 3개 민법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이며, 공청회에는 이 3개 법안의 차이가 비교·검토됐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정부의 개정안 중 '가족'에 대한 개념규정이다. 정부가 제출한 '민법중개정법률안'은 호주에 대한 규정과 호주제를 없애고 가족개념을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 김현웅 법무심의관은 "가족규정 삭제가 가족해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일부 우려를 감안하여 현실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족개념 규정을 두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 권순형 법정심의관은 "민법에서 가족 개념을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가족은 경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해왔고 범위가 불명확해 법률로 개념화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국가족법학회 이승우 씨도 "호주제가 폐지될 때 없어지는 가족은 현실의 가족이 아니라 현실과 유리된 법 상의 추상적 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숙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는 가족에 대한 개념이 삭제되어 있다.

또다른 쟁점은 자녀가 누구의 성과 본을 따르냐이다. 정부안과 이경숙 의원안은 자녀의 성과 본은 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신고 시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모의 성과 본도 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노 의원안은 자녀의 성과 본을 결정함에 있어 부모의 협의에 의하여 부 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고 다만 부모가 협의할 수 없거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부 또는 모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인순 씨는 "부성원칙주의는 성평등 원칙에 어긋나지만 제한적으로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는 조항이 있으므로 부계혈통주의의 변화와 함께 모성을 사용하는 가족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호적제의 개편도 시급히 논의되어야 한다. 정부안에는 호주 관련 규정을 삭제하면서 2년 안에 호적부를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마련하도록만 되어 있어 사실상 호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분공시 방법인 호적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없는 것이다. 대법원 권순형 법정심의관은 "호주제 폐지 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의) 대안으로 △개인별 편제방식 △기본가족별 편제방식 △목적별(사건별) 공부방안 △주민등록과 일원화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최소 3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도입 예산으로 개인별 편제방식의 경우 대략 230억, 목적별공부방안의 경우 대략 320억이 든다고 밝혔다.

법사위에 계류중인 3개 민법개정안은 6일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통합심의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