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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변방의 미디어, 독립다큐멘터리 축제 열려

그늘진 현장에 대한 팽팽한 긴장감과 따스한 시선을 놓지 않으며, 주류 미디어에서 들을 수 없는 변방의 목소리를 담아온 독립 다큐멘터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릴 '인디다큐페스티발2004'(www.sidof.org)에서는 국내외 독립 다큐멘터리 총 32편이 선보인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실험', '진보', '대화'를 내걸고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개최되어 온 다큐멘터리 영화제이다.

국내 인권 현장 구석구석을 포착한 최근 국내 독립다큐멘터리들을 만날 수 있는 '국내 신작전'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 이주노동자 운동, 반전 운동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었던 인권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이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과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차별을 자연스럽게 묘사한 작품들도 공존한다.

개막작 <진실의 문>은 지난 98년 발생한 김훈 씨 군의문사 사건과 이후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들의 면면을 꼼꼼히 보여주면서, '진실의 문' 열기를 거부하는 은폐조작 일색인 이 사건의 전말을 고발한다. <돌 속에 갇힌 말>은 87년 대통령 선거 때, 부정투표함으로 인해 농성과 무자비한 진압이 연이었던 한 선관위 사무실에 머물러 있는 감독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감독은 지난 10년 넘게 '돌처럼 박혀 있던' 폭력의 기억을 떨치고자 시도하면서 "청산되지 못한 과거는 미래를 장악한다"고 말한다. '해외신작전'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반전 평화 운동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디스코디아>, 청각 장애인들이 보고 느끼는 세계를 그린 <소리 없는 결혼> 등이 상영된다.

또한 폐막작인 <왕과 엑스트라: 팔레스타인의 이미지를 찾아서>는, 82년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침공 때 사라진 팔레스타인 미디어 본부의 필름들을 찾아나서는, 팔레스타인 출신 감독의 여정을 담았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친밀한 시선을 견지하면서 소소한 유모어를 곁들인 이 영화는, 없어진 필름 뭉치를 추적하는 감독의 궤를 좇으면서, 영상 이미지로 투쟁의 역사를 기록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소중한 활동을 일깨운다. 이 외에도 <독립영화인 국가보안법 철폐 프로젝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이주 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 등이 특별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