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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신분등록제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 (下)

성소수자·프라이버시 보호 담아야

호주제 폐지 이후 새로운 신분등록제 마련을 위한 논의에서 제기되는 중요한 논점중의 하나는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느냐에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호주제 폐지 운동이 그 동안 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영역에만 한정돼 다양한 위치에 있는 소수자의 차별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한 한계 속에서 제기됐다.

5일 워크샵에서 다름으로닮은여성연대 타리 활동가는 "(호주제 폐지운동으로) 이혼, 재혼 가족 안에서 부자간에 성씨가 달라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인권은 공론화 되었지만, 특정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로는 나아가지 못했다"며 "호주제의 폐지와 그 이후의 대안이 호주제 폐지를 통해서 정상가족 바깥에 있는 사람들을 정상가족으로 편입시켜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개인별신분등록제 실현 공동연대(아래 공동연대)의 목적별 공부(公俯)안은 인적편제 및 가(家)편제가 가져올 수 있는 성차별 및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는 '사건별 편제방식'을 취하고 있다. 타리 씨는 "정부안이 신분관계를 가족관계로만 파악하고자 할 때, 한국사회가 이성애적 핵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보고있다는 점에서 그 외의 가족형태를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즉 모든 개인은 부모와 자녀가 있고, 그것이 한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문서의 기본이 된다는 인식은 한부모 가족, 비혼모/부, 비혈연 공동체, 독신가구, 동성간/이성간 동거 등의 형태를 '비정상화' 하는데 일조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한국동성애자연합 케이 씨는 "성 소수자에게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가족형태별 차별이 가장 결정적으로 직면한 문제"라며 "정부안은 이성애·핵가족 중심주의 및 가부장적 전제를 근본적으로 건드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 씨는 정부의 안이 이성애자의 성 정체성만을 반영할 뿐이라며, 당장 호주제 폐지가 우선 이라는 주장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법과의 관계 부분에 있어서 민주노동당 윤현식 정책연구원은 "공동연대 안은 주민등록법이 존재할 수 있는 효용근거를 형해화 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에 그 의미를 둘 수 있다"며 공동연대 안이 애초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각 공부 및 주민등록정보와의 연동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워크샵은 호주제 폐지를 둘러싼 여성·성소수자·정보인권 운동단위의 다양한 입장을 확인하며 쟁점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져 대안적인 '신분등록제'를 만들어 가는 첫 걸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