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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발전노동자 투쟁의 기록

펴낸이: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투쟁백서발간위원회/ 334쪽/ 2003년 12월

2002년 2월 25일 새벽 4시 20분, 56년 어용노조의 역사를 끊고 민주노조의 깃발을 올린 지 7개월밖에 되지 않는 발전노조가 역사적인 파업을 선언했다. 그 날부터 5,600여 명의 발전노동자들은 회사와 정부의 전방위적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전기요금의 기하급수적 인상과 전력 대란을 낳을 '발전소 매각 저지와 신자유주의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38일간 파업을 벌였다. 발전노동자들은 끝내 요구를 쟁취하지 못한 채 현장으로 복귀했고 현장에는 해고와 악랄한 탄압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듬해 3월 우선 매각 대상으로 선정됐던 남동발전의 매각 중단 선언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낳았다.

이 책은 2002년 '찬란했던 봄'의 기억과 남동발전 매각저지 투쟁까지,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 반대라는 정치적·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싸웠던 발전노동자들의 투쟁 기록을 담아낸 보고서다. 안개처럼 사라져 '산개파업'을 벌이다가도 곳곳에 집결해 깜짝 선전전과 번개 집회를 열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발전노동자들이 38일간 어떻게 서로를 일으켜 세웠는지, 당시 파업의 주역이었던 조합원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산개파업을 벌이는 발전노동자들을 위해 기꺼이 숙소를 내어놓고 경찰의 발전노조 홈페이지 폐쇄 압력을 물리치며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냈던 각계의 발걸음도 되살려 놓았다.

반면 교섭권을 위임받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어이없는 타협, 파업을 파괴하고 임의적으로 조합원들을 현장으로 복귀시킨 일부 지부장들의 모습은 노조 내부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라는 어려운 과제를 환기시킨다. 또 복귀 후 현장에 몰아닥친 개별 감사와 등급분류, 손배 가압류, 노예 서약서 강요 등은 '공장 문 앞에 멈춰선 인권'을 되찾기 위해 걸어가야 할 또 하나의 지난한 투쟁이었다. 발전소 매각은 일시 중단되었지만 사회 곳곳에 몰아치고 있는 민영화의 광풍이 언제 다시 발전소를 향할지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다.

백서발간위원회는 당시의 주요 자료를 모은 자료집도 함께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