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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생체정보 수집으로 초국적 감시

인권·사회단체, 생체정보·생체비자 요구하는 미국에 항의


미국의 생체정보 수집에 대해 국내 인권·사회단체가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산인권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지문날인반대연대 등 19개 단체는 5일 오전 10시 30분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생체 정보 수집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항의했다.

미국은 테러방지를 명분으로 지난달 5일부터 자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사진과 양쪽 검지 지문을 채취하여 테러리스트 및 범죄자의 기록과 대조 후 입국시키는 '미 방문자 및 이민자 신분인식기술(US-VISIT)'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주요 공항과 항구에 설치돼 있으며 2005년부터는 육로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인권·사회단체는 "생체정보는 신원확인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일 뿐 아니라 개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정보로 유출되거나 이용될 경우 해당 정보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차원에서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또한 "미국은 생체정보 수집이 자국민의 안전과 테러 방지를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미 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인권은 무시되어도 상관이 없다는 발상"이라며 미국의 오만함을 규탄했다.

특히 미국이 각국 정부에게 생체정보가 담긴 여권발급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대사관 버나드 알커 총영사는 '한국정부가 올 8월부터 생체인식정보가 담긴 여권을 준비하지 않을 경우, 향후 비자면제국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9.11 테러 이후,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국민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미국은 자국의 안전을 위해 각국에게 국민감시 시스템을 개발하고 활용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의 증진으로 축소되어 온 '국가감시'의 확장으로 평가하고, 초국적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윤 씨는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 번 제공한 생체정보는 바뀔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인권·사회단체는 앞으로 국가간에 이뤄지는 입국과 비자발급에 대해서는 국제인권단체와 연계하여 미국정부를 향해 항의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생체정보가 포함된 여권발급에 관해서는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문제를 지적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