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방글라데시 대사관 급행료 챙겨

웃돈 받고 여권 연장…등록 앞둔 이주노동자들 갈취해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관(이하 대사관)이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의 여권을 연장해주며 터무니없는 액수의 급행료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져,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외 체류자들, 특히 이주노동자들에게 여권 기간의 연장은 생명줄을 잇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대사관의 1등 서기관 몰하누딘 씨 등 직원 2명은 국내 불법체류자들의 등록 시한(10월 31일)이 다가오자, 여권 연장이 시급한 자국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1건당 50-60만원의 급행료를 받아 챙겼다. 대사관측은 여권 연장 업무에 수수료 23,000원과 15-30일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공시해두었지만, 이것이 급행료를 챙기기 위한 구실로 악용됐던 것.

이에 그 동안 피해자들의 사례를 모아왔던 '방글라데시 공동체'(아래 공동체)는 13일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와 함께 대사관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부당하게 착복한 급행료를 돌려주고 여권 연장 절차를 간소화하라"고 요구했다. 공동체의 일원인 마하북 씨는 "대사관이 업무량이 많다는 핑계로 기간 연장을 미루다가 다급한 이주노동자들에게 급행료를 챙기고 있다"고 힐난하고 "이에 대해 재차 항의하자 대사관 측은 의정부에 있는 2명의 이주노동자들을 불법 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겁까지 줬다"며 불법체류 신분으로서 당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을 둘러싼 비리의 사슬에서 여권 연장시 발생하는 비리는 하나의 고리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입국에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이주노동자들은 브로커와 부패한 관료들을 수 차례 거쳐야 하며, 그 때마다 갖가지 수수료와 알선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이미 감당하기 힘든 빚더미를 지게 되고, 자연히 한국에서 돈을 벌어 그 빚을 다 갚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체류에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부패한 관료나 브로커들은 다시 이러한 약점을 악용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갈취를 일삼는다. 심지어는 본국으로의 송금조차 브로커를 통해 할 수밖에 없는 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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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정귀순 대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생겨난 데에는 "우리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고 진단한다. "애초부터 한국 정부가 이들을 임시 방편의 대체 인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엄격히 실시했다면 이와 같은 비리의 사슬이 생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