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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53차 유엔인권소위 소식(1)

도대체 무엇을 얘기할까?

7월 30일부터 유엔인권소위가 열리고 있다. 수많은 인권문제들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소위에서 논의되는 이야기를 간략하게 전한다. 10일 현재 '소수자권리'에 대한 토론이 진행중이다.[편집자]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회의장에서는 7월 30일부터 3주간 53차 인권소위원회가 진행중이다. 인권소위원회(the Sub-Commission on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는 26명의 독립적인 인권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어 그나마 각국 정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다소 자유롭게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다. 그러나 53개 정부대표로 이루어진 인권위원회에 종속되어 있어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은 취할 수 없고, 연구와 조언의 역할만을 할 수 있다. 또 비록 인권전문가라고 하지만 지역별로 배당된 숫자에서 정부가 추천한 인물들로 구성돼, 상당수 위원들은 실질적인 전문성이나 독립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태생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엔조직 내에서는 전세계에 산재한 수많은 인권문제들이 진지하게 제기되고 논의되는 몇 안 되는 기구이다.

올해 소위원회에서는 국가별 인권상황, 시민·정치적 권리,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인종·소수자 차별 등을 주요의제로 채택했다. 각각의 의제에 대해 전문위원들이 특정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채택된 문제에 한해서 보고서가 작성되며, 검토된 보고서에 따라 그 문제에 대한 권고사항을 제출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인권위원회의 승인 없이는 하나도 이루어질 수 없다.


1. 국가별 인권상황

지난해부터 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인권소위의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는데 그 중 국가가 직접 거명되는 결의사항을 채택할 수 없게 된 것이 핵심적이다. 이에 대해 영국의 함슨 위원은 침묵은 인권침해의 주범인 국가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강력한 불만을 토하고, 각국에서 벌어지는 사법외처형, 실종, 구금상황 하의 인권침해, 인권침해 책임자의 불처벌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였다. 수많은 민간단체들이 각국의 고문, 차별, 난민, 사법외 처형 등의 문제들을 제기했으나, 소위원회 위원들은 그저 듣기만 하는 것 이외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한편 한국의 박수길 위원은 중국 국경의 탈북자문제에 대해 북한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전체논의 흐름에서 다소 빗나간 상황이었고 외교적 색채가 강해 다른 위원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2. 시민·정치적 권리

두 번째 의제는 주로 시민적·정치적 권리 침해 문제를 다뤘다. 현재 유엔 회의장이 있는 건물에서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인종차별철폐 대회를 준비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인권소위에서도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보상문제가 주로 논의되었다. 일부 유럽과 아프리카 위원들의 주도로 식민시대에 자행되었던 노예제, 식민전쟁 등을 포함한 반인도적 인권침해에 대해 제3세계 부채탕감, 기술이전 등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의가 채택되었다.

논의 중 한국의 박수길 위원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를 거론하였으나, 중국의 판 위원은 "식민주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 징기스칸 시대부터 봐야 하느냐, 로마제국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느냐"는 식의 애매한 발언만 하였다. 일본의 테라오 부위원은 "내가 딸이 둘인데, 젊은 세대들에게 역사 교육시키는 게 쉽지 않더라"는 식의 발언만을 반복했다. 이렇게 뜨겁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중 한국의 민간단체 대표단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난달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열린 G8회담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진압과 살해사건에 대해 다수의 민간단체와 일부 위원들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해 대해 이탈리아 정부대표는 보안유지를 위해 불가피 했다고 답변했다.

프랑스의 조아네 위원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문제를 포함한 군법정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영국의 함슨 위원은 코소보, 보스니아, 동티모르 등에 주둔하는 유엔 평화유지군과 유엔 치안유지대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침해 사례들에 대한 조사를 제기하였다. 이에 관련한 NGO 발언 중 팍스로마나는 남한, 오키나와 주둔 미군, 코소보 주둔 나토군 등 유엔 바깥의 외국주둔군의 인권침해 사례와 가해자 처벌권의 문제를 제기했으나 위원들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국제 자유노조연맹은 민간단체 발언 중 발언 시간의 절반을 할애해 지난 4월 대우자동차노조 폭력진압 사건과 6월의 금융노조 이영덕 위원장의 비인간적 구금 사건 등에 대해 강경하게 비난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답변은 간단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전교조 합법화 등 합법적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적 파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한다."

김철효(현재 '팍스로마나'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