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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지난 7년간 한국정부는 무엇을 했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한국 민간단체와 함께 고민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동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순간 짧은 한숨과 고뇌가 방안에 가득 찼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아래 위원회) 회기 전 실무회의가 열리고 있는 제네바, 9일 오후에는(제네바 현재 시각) 한국 민간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는 회의가 열렸다.

지난 2000년 5월, 한국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사항에 대한 2차 보고서를 심사하기에 앞서 민간단체와 유엔전문기구로부터 추가정보를 구하고 주요 문제점을 추리는 것이 이 회의의 목적이다. 정부보고서에 대한 반박보고서를 제출한 민간단체가 이 회의에 초청받을 수 있다. 위원회는 이 회의의 논의에 기초하여 아동의 권리 실현을 가로막는 주요 문제점을 추리고, 그것을 한국정부에 보낸다. 정부는 위원회가 제기한 문제점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여 정부보고서 심사회의에 참여해야 한다.

민간단체 대표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류은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이혜원(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성훈(팍스로마나 사무국장) 씨는 지난 96년 위원회가 한국정부의 1차 보고서를 심사한 후 한국정부에 제기한 권고사항이 거의 이행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 한국정부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과정을 아동권리의 보장을 위해 정부 정책을 건설적으로 검토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지 않음에 유감을 표했다. 이밖에도 민간단체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이미 7년 전에 대부분 언급됐던 것들이며, 위원회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개선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의 아동들을 이번에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똑같은 반복을 하지 말자.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이번에는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민간보고서가 분명하고도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정부가 유보조항의 철회와 같은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유보한 조항은 △9조 3항 부모의 일방 혹은 쌍방과 헤어져 살아야 하는 경우 자녀는 부모의 면접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21조 가항 입양은 관계당국의 허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40조 2항 나호 형사피의자 또는 피고인인 아동의 권리 중 상소권.

아동체벌, 입시교육의 폐해, 차별적인 호주제, 정부의 가족지원제도, 장애아동, 입양 등에 대해 위원들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위원들은 이주노동자 자녀, 장애아동 등 취약한 아동의 현실에 한국정부 보고서가 침묵하고 있는 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대한민국은 단일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인종차별 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서술한 정부보고서에 대해 일부 위원들은 30만에 달하는 이주노동자의 존재를 어떻게 무시할 수 있냐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한 위원들은 "한국의 아동은 아이가 될 권리를 잃어버렸다"며 입시교육의 폐해를 시정해야 할 교육부가 오히려 체벌을 허용하며 초등학교 3년 대상 전국시험과 NEIS(전국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등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한편, 2001년 신설된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국내이행을 위해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표시했다. 위원들은 호주제에 대하여 성차별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아동의 관점'에서 대안을 생각해 볼 필요성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이날의 토론에 기초하여 한국정부에 제기하는 질문을 다음주에 발표하며, 한국정부의 2차보고서에 대한 심사는 내년 1월 15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국 정부가 7년 전과 똑같은 요식 행위로 이번 심사를 받을지, 아동권리의 신장을 위한 계기로 삼을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