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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한상희의 인권이야기

NEIS - 그 국가감시의 폭력

전자정부의 일환으로 추진돼온 NEIS가 새 교육부총리의 유보선언과 함께 또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국가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은 기존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와 교사와 학생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초대형 데이터베이스에 연동시키고 이를 중앙집중형 시스템으로 관리하고자 한다. 이를 계기로 이 정보화의 시대에 인권과 민주화의 요청이 관료적 능률지향주의에 의해 얼마나 손쉽게 무시될 수 있는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실제 이 시스템의 문제는 심각하다. 거의 불법적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 대한 신상정보를 수집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국가정보수집의 한계라 할 '민감한 정보'(sensitive informations)까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집하는 교육관료들의 반인권적 독단에는 두 손 들지 않을 수 없다. 교사의 재산이나 징계형벌 등 기존의 종이문서에서 보관하던 정보-이 또한 '적법'한 정보수집일 수는 없다-뿐 아니라, 정당·사회단체 가입, 결혼일자, 생활수준, 종교 등 한 개인의 양심과 신념, 생활방식까지 추단할 수 있는 개인정보까지 수집토록 한 것은 관료적 편의주의의 수준을 넘어 교육관료들의 권력의지까지 드러내는 폭력적 조처라 할 수 있다. 또한 학생에 대하여는 상담내역, 건강상태, 유전병력 등 생활과정 전반에 관한 정보까지 요구하고 그것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으로 묶어 관리하고자 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히틀러의 광기까지도 떠오를 만큼 섬뜩해진다.

여기서 보안장치가 완비되어 있다는 변명은 은폐·엄폐의 미봉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집중의 문제는 '해킹'이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국가의 정보이용·통제에서 나온다. 개인 신상정보가 법원의 영장이나 증거개시명령, 행정편의주의적 법령 등의 법적 수단에 밀려 공개되어야 할 때, 혹은 '통치' 목적을 위하여 보안통제권을 가진 어느 국가기관의 비밀작업에 의하여 가공될 때, 그것이 가지는 파괴력은 이 교육관료들의 입에서는 결코 실토되지 않는다.

정보사회에서 프라이버시는 인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등에 업고 전체 사회를 관리·통제하고 종국에는 식민화하고자 하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시민사회의 자유와 자율성을 담보하는 법적 장치가 된다. 그래서 과거 산업화 시대에 언론·사상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이루어냈듯, 정보화시대에는 이 프라이버시의 권리가 국가의 민주성과 인권을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된다.

NEIS의 근본적 수정이 요청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날 프라이버시의 권리는 교사·학생·학부모가 교육의 효율성 증진을 대가로 양도하거나 포기할 수 있는 물적 교환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라고 하는 정보권력자에 대해 우리의 자유와 인권과 민주사회를 지켜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그래서 교육부총리의 유보 결정은 교육정책의 혼란을 야기하는 '설익은 말'이 아니라, 교육부문에서의 인권과 사회민주화를 실천하는 위대한 결단이 된다.

(한상희 씨는 건국대 법대 학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