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주민번호, 우리시대 '가장 끔찍한 프로젝트'

'2005 빅브라더상' 시상식 열려…정통부·삼성SDI·국정원 등 수상

우리시대 프라이버시를 위협하는 '가장 끔찍한 프로젝트'로 주민등록번호가 선정됐다. 또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에는 '가장 가증스러운 정부상'이,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위치추적을 자행한 '삼성에스디아이를 배회하는 유령'이 '가장 탐욕스러운 기업상'을 받았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이 주관한 '2005 빅브라더상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는 22일 오후7시 대방동 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시상식을 개최하고 "주민번호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범용의 평생불변 전국민 고유식별자"로 "번호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를 입더라도 효과적으로 권리를 회복할 방법이 없"고 "번호 조합체계 자체가 출생연월일과 성별, 출신지역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국가의 통제 및 각종 사회적 차별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드는 배경 요소"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인터넷실명제를 비롯한 각종 개인정보 공유에 사용돼 그 위험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조직위가 밝힌 수상이유이다.

'가장 가증스러운 정부상'을 받은 정보통신부는 △2003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인터넷 실명제를 추진하면서 익명의 권리를 말살하고 있고 △연구용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법적 근거도 없이 3천6백명의 지문정보와 2천여명의 화상정보를 수집했으며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휴대전화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수년동안 주장했으나 최근 '국정원 엑스파일' 파문 과정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또 '국가 안보차원에서 감청이 쉽도록 만들어야 불법 감청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로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비화전화 개발을 막는 등 이중적 행태를 일삼았다는 것이 수상이유이다. 조직위는 "개인정보 보호의 책임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터넷의 자유를 말살하는 여러 가지 정책을 펴 온 명실상부하게 '가증스러운' 정부기관"이라고 지적했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기업에 주어지는 '가장 탐욕스러운 기업상'은 '삼성에스디아이를 떠도는 유령'에 돌아갔다. 지난 2003년부터 2년동안 삼성에스디아이 전·현직 직원 12명의 휴대전화가 누군가에 의해 반복적으로 위치추적됐다. 이들은 모두 노조 설립 활동에 관여한 직원들이었으며, 위치추적 장소가 삼성에스디아이 소재지역이고 집중적으로 위치추적을 한 시기가 구조조정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 등의 정황상 '사측의 조직적인 직원 감시 행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위치추적을 직접 실행한 '누군가'를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로 6개월만에 수사를 중단해 유령의 소행으로 몰고 갔다. 조직위는 "당초 삼성에스디아이가 후보로 추천이 되었으나 삼성에스디아이의 관련성이 검찰 수사에 의해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유령'을 후보로 하기로 결정"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검찰의 무능력과 불성실까지 결합된 사건이라는 점, 위치추적이라는 신기술이 개입된 사건이라는 점 등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엑스파일 사건의 주범인 국가정보원에는 특별상인 '내 귀의 도청장치'상이 주어졌다. 국정원은 1961년 박정희에 의해 탄생한 이래 44년간 중앙정보부·안기부 등으로 개명을 거듭하면서 각종 불법 정치사찰과 사회운동 탄압, 양심수 양산에 지대한 공로를 세웠다. 불법도청을 근절하겠다는 수 차례 약속에도 불구하고 결국 2005년 '최고의 화제작'인 '엑스파일'의 주연을 맡은데다, 개혁의 대상임에도 오히려 테러방지법을 재추진하여 조직 확대를 꾀하는 등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수상이유이다. 국정원은 후보로 추천되지는 않았지만 심사위원들의 결정으로 특별상이 주어졌다. 한편 '검·경의 신원확인 유전자데이터베이스 구축계획'이 웹사이트에서 실시된 네티즌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해 '네티즌 인기상'을 받았다.

'빅브라더'(Big Brother)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정보의 독점과 일상적 감시를 통해 사람들을 통제하는 감시 권력'을 의미한다. 빅브라더상은 1998년 영국의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이 처음 시작한 이래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 등 20개 국가에서 해마다 실시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 조직위원회를 만들고 수상자를 선정했다.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31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으로부터 27개 후보를 공개 추천받았고 각계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로 수상자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