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재외동포, 내국민에 준해 대우해야"

6개국 재외동포,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도 요구


'한민족'이라는 자민족 중심의 사고를 넘어 거주국 소수민족의 관점에서 재외동포의 인권을 고민하는 행사가 있었다. 지난달 23∼25일 성공회대학교 새천년관 7417호에서는 재외동포교류단체 KIN(지구촌동포청년연대) 주최로 '해외 소수민족 및 이주 정책에 관한 코리안 국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여한 독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일본, 중국 등 6개국 재외동포들은 이틀에 걸쳐 자신이 거주하는 국가의 소수민족 정책과 재외동포 정책을 직접 비교·발표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한국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한국정부에 정책적 제언을 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참가자들은 "재외동포는 한/조선 민족 혈통이나 국적을 지니고 외국에서 살거나 장기체류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후손들"이라며, 재외동포의 정의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따라서 중국동포, 구소련지역 동포, 조선적 재일동포 등은 '기본적으로' 재외동포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어 "한국정부는 국적을 불문하고 이들에 대해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책임질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이 제시한 재외동포 정책의 기본방향은 △재외동포가 거주국 내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한/조선 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적극 지원하되 △국내 입국시 내국민과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정부는 모든 재외동포들에게 자유로운 출입국을 전면 보장하고, 재외동포들의 언어·교육·문화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며, 국내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는 취업 등 노동권, 교육받을 권리, 사회보장제도 등을 내국민과 동등하게 보장해야 한다.

참가자들의 문제의식이 재외동포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재외동포들이 한/조선 반도를 떠나 외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받았던 배제와 차별 문제가 오늘날 한국에서 동일하게 벌어지고 있다"라며, "한국사회에서 소수민족 또는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2만 화교와 40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라고 밝혔다.

선언문에 따르면, 화교는 물론 이주노동자들도 한국사회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영주자격은 보다 확대되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완전히 보장돼야 한다. 무엇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추방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이들에 대한 사면을 전면적으로 단행해야 한다.

"재외동포는 내국민에 준해 대우해야 하며, 외국인(특히 이주노동자)의 권리도 내국민과 동등해야 한다. 재외동포와 외국인은 모두 내국민과 평등해지면서, 서로의 권리 차이를 없앨 수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재외동포나 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참가자들의 문제의식은 학술대회 이후 법무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부처와 국가인권위,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구, 그리고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에 전달됐다. 그러면서 이들은 "재외동포와 국내 화교 및 이주노동자에 대한 향후 한국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6개국 재외동포들이 직접 만나 소수민족의 입장에서 재외동포의 인권을 지속적으로 토론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2004년 6월 러시아에서 두 번째 학술대회를 열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