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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공장이 놀이터이자 집"

정부, 국내 외국인아동에게 차별금지원칙 적용 안해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국내에 입국하기 시작한 지 10년을 넘어서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침해 문제가 이제는 그들의 자녀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공부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뭐하고 노는 게 가장 재미있냐는 질문에 로빈(방글라데시. 7세)은 이렇게 대답했다. 항상 엄마가 일하는 공장에서 혼자 놀거나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전부였던 로빈이 올 3월부터 친구들과 함께 유치원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치원이 끝나고 나면 로빈은 공장건물 2층, 단지 건물뼈대 위에 시멘트 칠만을 해 놓은 집에서 여전히 혼자 놀아야 한다. 부모가 야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혼자서 밥을 차려먹거나 굶을 수밖에 없다.

보육뿐 아니라 주거환경도 열악하다. 대부분의 집은 공단 안에 있어 소음과 화공약품 냄새가 심하고, 좁은 방 한칸에 3-4명의 식구가 함께 지내야 한다. 화장실도 여러 집이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며 집 주변엔 차들이 좁은 길을 쌩쌩 지나가기 때문에 아이들이 밖에 나가 노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아동권리협약 제 2조에는 '아동이나 부모의 인종, 언어....또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없이 조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아동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2000년도 유엔에 제출한 정부보고서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아동에게만 무차별(차별 금지) 원칙을 적용한다"고 기술해 사실상 이주노동자 자녀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결국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안정된 거주권과 양육 등의 권리를 단지 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기본적인 법적 신분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가 모두 미등록상태인 경우 그들의 자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불법체류자가 된다. 지난달엔 미등록노동자 부부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려다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다. 부모가 직접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대해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장 이윤주 씨는 "부모가 모두 일을 하는 상황에서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본국의 친척에게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최상"인데 "출입국관리소는 이는 뒷전이고 아이를 미끼로 부모들을 추방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주노동자 자녀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우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거주권을 인정"하고 "가족과 아이의 선택에 의해 국적이 정해질 수 있도록 법적 보장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