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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불처벌' 협정 체결 말라!

미국민만 국제법 위에?…한국정부도 협상 제의받아


미국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불처벌협정'의 체결을 각국 정부에 강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그와 같은 협정을 절대로 체결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강력히 천명했다. 2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평화인권연대 등 12개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집단학살·인도에 반하는 범죄·전쟁 범죄를 처벌해, 책임자에 대한 처벌 없이 중대한 인권침해가 되풀이되는 비극을 끝내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달 8일 국제형사재판소 설립규정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당사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동티모르·루마니아 등 10여 개 국가들은 미국민을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내용의 이른바 '불처벌협정'에 이미 가서명을 하고 국회비준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미국이 군사지원 여부를 미끼로 각국 정부에 협정 체결을 강요한 결과다. 미국은 우리정부에도 지난 8월 이후 두 차례 이에 대한 협상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12개 인권단체들은 성명에서 "집단살해·인도에 반하는 범죄·전쟁범죄를 저지른 어느 누구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 데 있어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과 이같은 반인권적 불처벌 협정을 체결하는데 절대 반대하며, 앞으로도 협정 체결을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정 초안에 따르면, 협정 체결국은 관할 범죄를 저지른 미국민의 신병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인도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자국에서 해당 범죄자를 조사·기소하겠다고 하지만, 미국에 위치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미국법은 이들 범죄에 대한 처벌조항을 완전히 갖추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설령 법률이 정비된다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계획 내지 용인 하에 행해진 범죄일 때 미국 법정이 이들을 제대로 심판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우리 정부의 외교통상부 조약과 관계자는 "외교관례상 협상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며 "협상 때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법무부나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추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