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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최정민의 인권이야기

강철구씨의 착각


KBS 노동조합 부위원장 강철구씨의 성폭력 사건이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에 의해 공개된 이후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이 사건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거의 잊혀져간 기억이 되었지만 천만의 말씀! 아직도 전쟁은 진행중이다. 아마도 그렇게 잊혀지게 된 데에는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조건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미 언론노조에 의한 조합원 자격 박탈과 2차례의 탄핵투표와 재탄핵 그리고 탄핵가결로 이어지는 와중에 이미 해결된 사건이 아니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강철구씨가 표면적으로 조합원들의 응징을 받았으되 결과적으론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진실이다. 노조 내부의 분위기도 탄핵과정에서 이용택씨의 비리 문제가 핵심이었지 성폭력 문제는 별로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고 2월 28일 강철구·이용택씨가 사의를 표명하기 전까지 탄핵 이후 4개월 이상을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굳은 의지로 계속 노조사무실에 출근했으며 지난 여름부터 피해자는 KBS노조로부터 월급도 지급 받지 못한 반해고 상태의 처지에 놓여 있으며 100인 위원회와 피해자는 명예훼손으로 기소 당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이 해결되었는가.

그런데 얼마 전 피해자들의 울부짖음과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에도 눈도 꿈쩍하지 않았던 강철구·이용택씨가 사퇴를 했다. 지난 달 21일 서울지법이 언론노조 위원장을 상대로 자신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한 것과 임시총회를 통해 탄핵을 조치한 것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강철구·이용택씨는 사의를 표명했다.

사퇴를 하면서 그들은 2월 28일 'KBS 노동조합은 지켜주십시오'라는 한 편의 웃기는 짬뽕을 발표했다. 용서하고 포용하자며 자신들이 순교자가 되어 이 모든 '분쟁'과 '소모적인 정쟁'을 짊어지고 갈 터이니 남은 사람들은 KBS 노동조합을 위해 애써달라고 했다. '불분명한 노조의 명분을 앞세워 개인의 인간성과 가정까지 파멸시키는 과오는 이번 한번으로 족하다'면서 '정의와 진실은 세월이 가야 정립되는 것이지 다중의 힘으로 급조되지는 않기 때문'이란다. 머리가 나쁜 건지 정치 9단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노-노 분규 양상을 보였던 반대파 동지들', '새로운 노조 주도세력이 된 소위 노정추 세력' 운운이다. 정말 끝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봐요 분명히 말해두지만 당신은 이미 4개월 전에 조합원들로부터 쫓겨난 거예요. 성폭력 가해의 책임을 물어서 말이죠. 어떤 상황인지 도저히 감이 안 오나 보죠? 그러니까 지금까지 혼자서 노조사무실에 버티고 앉아 있었던 거라고요. 덕분에 피해자들은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죠. 별로 기대는 안 하지만 부디 나중에라도 반성하시길.

(최정민은 평화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