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기획> 한국 감옥의 현실④ 작업과 교육 - 무료함에서 탈출하고 싶다

범죄학교인가? 사회참여 유도인가?


행형법 제1조는 “이 법은 수형자를 격리하여 교정교화하며 건전한 국민사상과 근로정신을 함양하고 기술교육을 실시하여 사회에 복귀하게 하며 …”라는 목적을 밝히고 있다. 수형자에 대한 구금목적은 단순한 격리차원을 넘어 교육을 통한 재사회화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외에도 상습범의 재범위험성까지 들먹이며 전두환 정권이 만든 보호감호제도까지 계승하고 있으니 우리사회의 범죄에 대한 경계심만은 대단한 것 같다. 효과는 담보할 수 없어도 말이다.

“… 나가도 갈곳이 없고, 의지할 곳 없는 신세. 월세방 하나 얻을 수 없는 현실…. 이곳 교도소에서 10년을 살면서 일을 한다고 해도 나갈 때 가지고 가는 돈은 고작 100만원이 될까말까합니다….” 한 재소자의 편지다. “평생 소매치기로 살다가 감호까지 받아서 10여 년 만에 나갔다가 오죽하면 칼 쓰고 다시 들어오겠냐?”는 출소자의 지적은 행형과 형사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은 입소전보다 더 범죄적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여금은 ‘국가가 베푸는 시혜’

지난해 법무부가 밝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수용자들은 하루 7, 8시간의 노동에 대한 댓가로 최하 5백원에서 4천원 정도 상여금을 받고 있다. 이들은 공장에서 제조․양재․인쇄 등의 노동에 종사하지만 대부분 일당 1천 원 안팎의 상여금을 받는다.

더구나 교도소에서 식사나 청소업무(관용부)를 주로 하는 재소자들의 경우 1일 상여금이 최하액수인 5백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식당, 청소 등은 비생산적인 일이기 때문”이라며 “상여금은 임금이 아니라 정부의 시혜적 조치로 인상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부는 99년 약 2백70억원의 작업수입 중 상여금으로 지급한 액수는 약 54억원으로 총 20%라고 말한다. 재소자 일인당 연평균 2십만 9천원, 한달에 2만원도 안 되는 액수를 지급 받는 것이다. 국가가 예산을 세워 운영해야 할 교도소살림을 재소자 노동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되려 시혜라는 이름으로 생색까지 내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들이 일하다가 다친다면? 잔반을 거두다가 손가락이 절단된 장아무개 씨는 외부병원에 나가 수술을 받고 1주일의 입원치료를 권고 받았다. 소측은 통원치료를 약속했으나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결국 장씨는 손가락 장애를 갖게됐다. 작업참여 여부가 가석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치료를 요구하다가 교도소와 관계가 악화 돼 ‘찍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용지물 자격증, 법무부에 반납도

대부분의 재소자들은 양재․목공․자동차정비 등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직업훈련을 선호하지만 대상자 선정은 교도소 마음대로나 마찬가지다. 훈련시간, 내용도 느슨하고 자격증시험은 부정이 비일비재하다. 오랜 수형생활 동안 수형자들이 딴 3, 4개의 자격증은 사회에서는 무용지물이기 쉽다. 최근 출소한 오아무개 씨는 “자격증 갖고서 취직해도 막상 일을 해보면 기술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금방 탄로 난다”며 쓴웃음을 삼킨다. 99년 한 청송출소자가 무용지물이 된 자신의 자격증반납을 법무부에 청원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전체수감자의 4%안팎인 여성재소자들은 대부분 직원식당에서 일하기 때문에 이런 기회조차 보장받기 힘들다. 학과교육 역시 비슷한 실정이며, 오후 8시에 일률적으로 시행되는 강제취침은 원해도 더 공부를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외에 교정교화를 위한 정신교육은 반공교육일색이며 수형자들의 독서와 신문구독도 아무런 기준도 없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검열로 제한되기 십상이다.


저항과 투쟁으로 권리확보

유럽감옥의 놀라운 인권수준은 재소자들의 투쟁을 통해서 이뤄졌다. 60년대 말 스웨덴에서 전체수형자의 반 이상이 참가한 단식스트라이크가 바로 그 시발점이었다. 이들이 요구한 수형자조직(조합)의 합법화, 임금인상, 접견과 귀휴(일종의 휴가) 확대, 도서관 개선, 비인간적 감시 축소 등을 사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비슷한 상황을 맞은 주변국들 역시 감옥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시도, 즉 감옥제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독일의 수형자들은 작업이나 교육에 참여하면 이에 대한 보상금을 받는다. 정부는 경기불황이나 병 등의 이유로 일할 수 없는 수형자에게 실업수당을, 노령이나 장애로 인해 작업이 불가능할 경우는 용돈을 지급한다. 물론 작업하는 재소자의 경우 1년 기준으로 18일의 휴가를 보장받으며 이들이 산재보험 대상자임은 물론이다. 이는 단순한 복지적 시혜가 아니라 재소자들의 노동에 대한 댓가를 돌려주고 다양한 재활프로그램을 통해서 책임감 향상과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기대하는 것이다.


단순구금에서 벗어나야 한다

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소내 작업이나 직업훈련 등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희망자가 많은 이유는 ‘무료한 생활에서 벗어나 보람된 일을 찾기 위해서’이다. 일찍이 ‘범죄학교, 무료한 일과, 가족 등 인간관계 해체, 일상적 감시로 인한 정신병 발병 및 인간성 파괴’ 등으로 비판받아 온 감옥형벌만큼 우리사회의 모순을 극악하게 드러내는 제도도 흔치않다. 북유럽의 진보적 학자들은 감옥폐지론을 주장하며 범죄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유엔은 최소한 각국의 교정국이 적극적인 재사회화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을 권하며, 그 일환으로 사회내 처우(구금이 아닌)를 실험․도입하도록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