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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터넷 규제검열 눈앞에

모법에 없던 ‘조항’, 시행령에 슬그머니


진보넷, 민교협, 다산인권센터, 우리만화발전을 위한 연대모임 등 64개 인권․사회단체가 인터넷 내용등급제 도입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아래 정보통신망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모법의 취지를 벗어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제23조 ①항의 2)은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른바 청소년유해매체물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을 추가’하도록 함으로써 모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변의 장유식 변호사는 “법률이 위임하지 않은 새로운 구성요건을 추가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이어 “지난 해 정보통신망법 입법예고안에 있던 ‘정보내용등급 자율표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삭제된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며 “시행령안은 입법취지와 입법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넷의 김진균 대표는 “권력은 어떤 표현을 허용하고 또 어떤 표현을 제한할 지를 두고 자기 입맛대로 ‘차단선’을 치기 시작했다”고 지적하며, “네티즌뿐만 아니라 사회단체들 스스로 비밀스럽고 자의적인 검열에 맞서 행동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또 시행령안의 ‘내용선별소프트웨어’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됐다.


선별소프트웨어 설치 명문화

백욱인(서울산업대 사회학) 교수는 “내용선별소프트웨어는 그 속성상 청소년 유해매체에 특정되지 않고 거의 모든 사이트에 적용된다”며 “결국 청소년 보호취지에서 시작한다해도 다른 내용에 대한 규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또 차단소프트웨어는 기술적으로도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이 소프트웨어는 “엉뚱한 자료를 차단해 인터넷의 정보유통을 왜곡시킨다”고 경고했다.

강내희 문화연대 정책위원장도 시행령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으로 청소년을 통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인터넷공간을 선별소프트웨어로 차단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결국 차단자의 입맛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이 분명한 사이트에 대한 대안이 있냐?”는 질문에 진보넷 장여경 정책실장은 “이른바 자살사이트처럼 사회적 현상과의 인과관계도 불분명한 사이트를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 부치면 안 된다”면서 “실제로 유해한 사이트라면 그 운영자를 현행 형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고 답했다. 민주노동당 문성준 정보통신국장은 “사적인 영역에서 소프트웨어 등을 구입해 설치하는 자율규제까지 문제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율규제라고 할지라도 청소년의 정보접근권과 의견표명권을 일정정도 제한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