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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터전 잃고 떠도는 노동자들, "집회 참가할 교통비조차 없다"

3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신당동 서울지방노동청 앞. '비정규직 철폐와 파업투쟁 승리'의 목소리가 드높다.

지난 6월 16일부터 49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 노조(위원장 배재석)의 한 조합원은 박성수 이랜드 회장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93년 노조 출범 이후 회사측은 단 한번도 우리를 대화상대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 기독교인이라는 자가 입만 열면 악성루머를 퍼뜨리고 조합을 해칠 궁리만 했다." 이랜드 조합원들의 요구사항은 너무나 소박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 50만원을 72만원으로 인상! 파견근로자 직접채용!"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 주봉희 방송사 비정규 노동조합 위원장은 방송사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을 침통하게 설명한다. "촬영보조나 운전직은 거의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KBS는 운전직을 채용할 때 조달청을 통해 '공개입찰'을 한다. 차량과 기사를 함께 묶어 입찰한다. 우린 물건이다"며 허탈하게 웃는다. 주 위원장은 "이중파견이란 게 있다. 인원파견회사가 렌트카 회사에 인원을 대면 렌트카 회사는 이 인원을 방송사에 대는 거다. 방송사는 저임금이어서 좋고 파견회사들은 소개비를 뜯고 공룡이 벼룩의 간을 내먹는 꼴이다. 힘든 거? 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는 동지를 보는 거다."

6월 26일 부도 처리된 (주)마마의 노동조합(위원장 신상아)은 계약만료로 철거가 시작된 공장 건물을 지키며 투쟁을 해오고 있다고. 김정민 조직부장은 "3개월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하다 보니 교통비가 없어 집회에 못 오는 이들도 있다"며 얼굴을 돌렸다.

생존 터전이 무너져 거리를 헤매야하는 노동자, 방관하는 노동부, 노동청 건물을 지키느라 로비에서 '농성'중인 어린 전의경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지 2년5개월 된 이 나라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