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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제인권조약, 찬밥신세

자유권·사회권조약 가입 10주년

10일로 한국정부가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이하 자유권조약)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이하 사회권조약)에 가입한지 10주년을 맞았다.

인권운동사랑방(대표 서준식)은 가입 10주년을 맞아 조약의 국내 이행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두 조약을 적극 이행해야 할 국제적 의무를 방기하고 있으며, 사법부와 법조인 양성기관도 조약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한국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자유권위원회)와 '유엔사회권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이행하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 △평화적 집회․시위의 보장 △단결권․파업권의 보장 △사회보장 확대 등 두 조약위원회가 지적한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증거. 보고서는 또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조차 조약에 대한 교육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약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당사국의 당연한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13개 국립대 법과대학 가운데 두 조약을 비롯한 국제인권법 분야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대학은 전무했다. 지난해 사법연수원에서 최초로 개설될 예정이었던 '국제인권법' 과목이 수강생 부족으로 폐강된 것도 국제인권법에 대한 법조계의 무관심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

사법부 역시 두 조약을 인권옹호를 위한 판결의 근거로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약을 언급하고 있는 판결은 불과 10여건. 이들 판결에서 사법부는 단 2건을 제외하고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채 조약을 근거로 한 청구인의 주장을 배척해왔다. 91년 4월 민법의 사죄광고제도가 헌법과 자유권조약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89헌마160결정)과 지난해 4월 국가보안법 7조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정을 근거로 국가보안법 7조 위반으로 기소된 대학생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대전지방법원의 판결(98고합532판결)만이 이례적인 판결로 볼 수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이번 조사결과를 기초로 청와대와 법무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부처, 대법원, 사법연수원, 국립대 법대 앞으로 서한을 발송하고 △조약상 의무와 조약위원회의 권고사항 적극 이행 △판결의 근거로 조약의 적극 활용 △조약을 비롯한 국제인권법에 대한 교육 실시 등을 촉구했다.


가입10주년 학술회의도 열려

한편, 서울대 법대100주년기념관에서는 국제인권법학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동주최한 '국제인권규약 가입 10주년 기념 학술회의'가 열렸다. 서울법대 정인섭 교수등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조약가입 후 지난 10년간 한국정부가 가입 자체에만 안주해왔을 뿐 적극적 이행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태도를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