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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심문시 변호인 참여권 보장등 권고

「유엔 고문방지위원회」 21·22조 철폐, 구금기간 축소도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13일(제네바 현지시각) 한국정부의 최초보고서를 심의한 결과 수사기관 종사자 및 의료인에 대한 고문방지를 위한 교육 실시와 피의자 심문시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하는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또한 △일반범의 경우 30일, 국가보안법 관련 사범의 경우 50일로 되어 있는 구금기간의 축소 △고문방지조약 21조(국가간 문제제기권), 22조(개인제소권) 철회 △구금시설의 감시에 대한 독립적인 기구 설치 △민간단체보고서에 언급된 고문피해사례에 대해 조사․수사하여 고문방지위원회에 서면 보고 등도 포함되어 있다.

11- 22일까지 열리는 17차 고문방지위원회 회기중에는 한국보고서외에도 러시아, 알제리, 우루과이, 폴란드, 죠지아 정부등의 보고서가 심의되었다. 한국보고서 심의는 13일 하룻동안 진행되었으며, 한국정부대표로는 황영식 공사외 9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 결과는 민간단체 보고서를 작성․제출하고, 심의기간 동안 참관한 차지훈(민변) 변호사․김수지(민가협) 씨에 의해 국내에 전해졌다.


국가보안법은 고문방지조약 제2조 2항 위반

고문방지위원회 내에서 한국정부 보고서 검토를 담당하고 있는 보좌관 주판직(Mr. Bostjan M. Zupancic, 슬로바니아 헌법재판소 판사) 씨와 레그미(Mr. Mukunda Regml, 네팔) 씨등을 비롯한 위원들 대부분은 “국가보안법은 모호한 규정이 많아 자의적 적용 소지가 많다. 또한 국보법 상의 50일의 구금기간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위원들은 국보법이 고문방지조약 중 “전쟁상태 또는 전쟁의 위협, 국내적인 정치적 불안정 또는 여타 공공의 비상사태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도 고문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원용될 수 없다”(제2조 2항)는 사항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치적 이유로 고문당하는 사례들과 잠안재우기와 같은 가혹행위가 관행화되어 있는 점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한국정부 대표는 “국보법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며, 정부는 인권침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최근 법개정을 했다”고 답변했다.


“변호인 참여권 허용 못해”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는데, 한국정부의 이행여부는 사실상 불투명해 보인다. 이는 심의과정에서 이뤄진 위원들과 정부대표간의 질의과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수사기관 종사자와 의료인에 대한 교육실시에 대해, 정부측은 의료인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구금자에 대한 의료조치는 충분히 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인권침해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변호인의 심문시 참여권 보장’ 부분에 대해 정부측은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은 수사의 지연으로 허용할 수 없으며, 변호인 접견권은 완전히 보장된다”는 태도를 보였다.


21, 22조 철폐는 불가능

민간단체보고서 왜곡주장고문방지조약의 핵심조항이라 할 수 있는 21, 22조 철회에 대해 “이 두 조항의 유보는 북한 또는 국내 재야단체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다”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한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는 민간단체의 정보만 대변하고 있으며, 민간단체보고서는 왜곡․과장되었다”고 주장했다.


국제․국내법적 이행의무

그러나 위원회의 권고사항은 비록 강제적 집행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고문방지협약의 해석과 실시를 감독하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고문방지위원회가 내리는 해석이므로 한국정부는 국내에 적용해야할 국제적, 국내법적 의무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4년뒤 이번 1차보고서에 대한 권고사항의 이행여부 등을 포함한 2차 보고서를 제출․심의받아야 한다.


인권협등, 권고사항 이행촉구

한편 민간단체보고서를 준비해온 민변, 인권운동사랑방 등 10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한국인권단체협의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권고사항에 대해 “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당연히 준수해야 하고, 국내법 제도와 관행을 이와 일치하도록 개정할 것”이라며 정부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