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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네바소식> ① 개막 앞둔 제55차 유엔인권위원회


오는 3월 22일부터 6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제55차 유엔인권위 회의가 진행된다. <인권하루소식>은 매주 1회씩 유엔인권위 진행 상황을 중심으로 제네바소식을 전한다<편집자주>.


무장한 군인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는 제네바의 유엔 회의장. 이는 오잘란의 납치에 항의하며 세계 각지에서 전개되고 있는 쿠르드족의 시위․점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이 풍경은 제55차 유엔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직면하고 있는 99년 인권 현실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월 22일부터 4월 30일까지 6주간 전개될 이번 인권위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온갖 차별과 폭력 그리고 인권침해에 대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권위 기간 중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는데 이는 이번 인권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한편 인권위의 개혁과 관련해 제54차 인권위 의장단의 보고서가 제출돼 정식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13년간의 오랜 논쟁 끝에 지난해 채택된 ‘인권운동가 보호에 대한 선언’의 효력을 강화하기 위해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것 또한 올해 인권위의 중요한 과제다. 이와 관련, 국제인권단체들은 인권운동가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하고 권고할 수 있도록 특별보고관의 임명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북아일랜드 인권운동가 로즈메리 넬슨이 폭탄 테러에 의해 희생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끊이지 않는 구속․고문․실종․살해로부터 인권운동가를 보호할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올해 인권위의 의제는 총 21개로 구성돼 있다. 나라별로 보면, 키프러스, 콩고민주공화국, 버마, 르완다 등 15개국이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기본적 자유와 인권침해 문제’라는 의제 아래 공식적으로 다뤄진다. 여기에는 현재 코소보를 둘러싸고 무장 분쟁과 대량의 인명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옛 유고슬라비아, 인도네시아 정부의 독립 허용 발표 이후 구체적인 독립 혹은 자치의 경로가 논의 중인 동티모르의 인권침해 문제도 포함된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의 신장과 보호’의 문제 또한 전체 의제 가운데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제3세계 민중들에 많은 고통을 안겨 주고 있는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논의도 예정돼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이밖에도 ▲폐기물과 유해 물질, 쓰레기의 불법적인 운반과 폐기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 ▲먹을 권리 ▲발전권과 관련해 외채가 미치는 영향 ▲인권과 극단적인 빈곤 등의 주제가 인권위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또 개인의 제소를 가능케 할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조약 선택의정서 초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다. 이와 관련, 국제법률가위원회(ICJ)는 선택의정서에 관한 논의를 돕기 위한 실무분과의 설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이번 인권위는 2001년 열릴 예정인 인종주의에 관한 국제회의의 준비위원회라는 성격 또한 지니고 있다. ‘인종주의에 관한 국제회의’는 세계 곳곳에서 점증하고 있는 인종 및 종족간의 분쟁과 서구 선진국들에서 악화되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이 그 주요한 배경이다.

시민․정치적 권리 분야에서는, 인권소위원회에서 ‘강제적 실종으로부터의 보호에 관한 국제 조약’ 초안이 완성돼 인권위원회 회원국들 간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주요 국제인권단체 중 하나인 국제 앰네스티는 이번 인권위에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강력한 결의문이 채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알제리, 캄보디아, 터키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문제를 부각시킬 예정이라고 앰네스티는 밝혔다. 또 미국의 사형제도․감옥 인권․망명자에 대한 구금의 문제 또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아태지역 민간단체 촉진팀’은 이번 인권위 기간 동안 특별보고관의 신설을 목표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4월 15일에는 아시아 지역 인권단체들과 메리 로빈슨 인권고등판무관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