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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민간단체, 인권위원회법 공개

사상·성적지향·병역·전과 차별금지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공동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가 6일 오후 2시 성공회대성당에서 공청회를 열고 민간차원에서 준비해온 ‘인권위원회법’(안)을 발표했다.

공추위가 법안의 명칭을 인권법이 아닌 인권위원회법으로 한 것은 “인권의 내용을 법으로 열거해 규정할 경우 인권의 범위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고, 이후 변화하는 인권개념의 형성을 제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추위가 발표한 인권위원회법은 우선 인권위원회의 관할사항에 있어 법무부 안과 구별된다. 공추위는 “법무부 안이 인권침해행위와 차별행위를 구분함으로써 차별행위가 인권침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며 “인권위원회는 모든 인권문제를 관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원회법은 법무부 안과 달리 △사상 △성적 지향 △병력 △행형기록 등도 차별금지사유에 포함시킴으로써, 정치적 신념이나 사면·복권의 기록, 동성애자, 에이즈 환자 등의 사유에 의한 차별행위를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추위의 인권위원회법은 또 인권위원회를 독립적인 국가기관으로 둔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한 가운데, 인권위원은 국회 청문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되 그 과정에 민간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또 다른 쟁점 가운데 하나인 인권위원회 권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공추위의 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의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회에 출석요구·자료제출요구·현지조사권을 부여하면서, 조사권 보장을 위해 △자료제출 불응시 압수·수색 △출석요구 불응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또 인권침해 행위와 관련, 인권위원회가 구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으며, 이에 따르지 않는 경우 △개인이나 사적시설에는 형벌을 부과하고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그 기관의 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해 위원회의 의결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유엔권고는 독립성 강조 의미”

이같은 공추위의 인권위원회법이 발표된 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법무부측과 민간단체 간의 논쟁이 계속됐다.

법무부 곽무근 인권과장은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이전과 달리 “‘이사회’를 두지 않는 법인형태를 수용할 수 있다”는 다소 변화된 의사를 내비쳤다. 이는 법무부의 인권법안을 놓고 국내외의 비판이 계속된데다, 5일 김대중 대통령이 “유엔권고안에 따라 시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대통령이 언급한 유엔권고안(파리원칙)에 대해 차지훈 변호사는 “인권기구에 법인격을 부여해야 한다는 파리원칙은 인권위에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지, 꼭 법인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차 변호사는 법무부의 ‘이사회 없는 법인’안에 대해서도 “이사회가 없다고 해도 감독기관의 구속을 받기는 마찬가지이므로 독립성 보장은 불가능하다”며 법무부가 법인만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