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AI, 법무부 인권법 비판

"국제기준 미달·약체 인권위 예상"

법무부가 마련한 인권법 시안과 국민인권위원회 구상에 대해 국제앰네스티(AI)가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명하고 나섰다.

23일 피에르 싸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법무부가 마련한 인권법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금 상태로라면 약체 인권위원회가 설치될 것" 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같은 법안은 김대중 대통령의 인권개혁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실추시킬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싸네 사무총장은 법무부 시안에 따를 경우 △충분한 독립성과 조사권이 보장되지 않고 △권고의 효력을 높일 수 있는 권한도 갖지 못하며 △관할사항(mandate)이 제한된 인권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그동안 국내 민간단체들이 지적해 온 문제점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좀 더 충분한 논의를"

싸네 총장은 또 "법무부 안에 따르면, 인권위원회가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인권위원회는 청렴성과 중립성, 인권에 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인권위원회의 조사범위를 법집행공무원에 의한 침해행위로 제한한 것 역시 비판을 받았는데, 싸네 총장은 "법무부의 안은 한국의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들도 포함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법무부 시안 가운데 법무부에 등록한 인권단체들에 대해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고 기부금 모금의 권리를 부여한 조항과 관련, 싸네 총장은 "독립적인 인권단체의 활동을 왜곡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싸네 사무총장은 "12월 10일 법안을 공포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열망을 이해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은 법안의 내용"이라며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독립성과 권한을 갖춘 위원회를 설립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허약하고 비효과적인 인권기구의 설립에 감화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