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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양심수 문제, 이제는 끝내야 한다 ③

‘김대중 정권’의 양심수, 내보내는 사람보다 잡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232명. 현재 감옥에 남아 있는 455명(7월 25일 현재)의 양심수 가운데, ‘순수하게’ 김대중 정권이 만들어 낸 양심수의 숫자다. 지난 2월 25일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5개월 동안, 하루평균 1.5명이 감옥에 갇힌 꼴이다.

김대중 정권은 정부수립 50주년이 되는 오는 8월 15일, 양심수를 대폭(그나마 언론 보도에 따르면 1백명선이다) 석방함으로써 ‘양심수’ 문제에 대한 ‘부담’을 털어버리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내보내는 양심수보다 잡아들이는 양심수가 더 많은 형편이다.


대학생 마녀사냥 여전

이처럼 ‘순수하게’ 김대중 정권이 만들어낸 양심수들의 면면을 살피면, 현 정권과 과거 정권 간의 구별은 무의미하다.

‘김대중 정권의 양심수’들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대학생들이다. 한총련을 필두로 한 대학생운동은 김대중 정권에 의해서도 여전히 ‘집중포격’을 받아왔으며, 현재 남아 있는 173명의 대학생 양심수 가운데 김대중 정권 아래서 구속된 사람만 133명에 달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구속과 관련, 박상천 법무부장관은 “법원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판결한 이상, 법집행 기관으로서 어쩔 수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대법원은 97년 5기 한총련에 대해 이적단체 판결을 내렸을 뿐, 98년 제6기 한총련에 대해서는 이적 여부의 판단을 유보해 둔 상태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을 철회하지 않은 채 대학생들에 대한 마녀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노동자 구속 급증

‘김대중 정권의 양심수’ 가운데 두번째 유형은 이른바 ‘생존권 투쟁’에 나선 민중들이다. 영흥도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투쟁을 해온 주민들과 주거권 확보투쟁에 나섰던 도원동 주민들이 현 정권 아래서 구속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정리해고와 대량실업, 생존의 위협에 맞서 투쟁했던 노동자들이다. 기아자동차와 부산지하철, 현재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동자 등 현장노동자들 및 이들을 지원해온 노동운동가들 가운데 51명이 김대중 정권의 양심수로 구금중이다.


계속되는 공안사건

과거 독재정권의 전유물인 듯했던 ‘조작사건’과 진보적 청년․노동단체에 대한 탄압의 양상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정권이양기였던 지난 2월 19일 관악노동청년회 회원들이 대거 구속된 이래, 6월 들어 안양민주화운동청년연합, 진보민중청년연합 회원들이 잇따라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7월말 부산․울산 지역을 벌집 쑤시듯 뒤흔들어 놓은 이른바 ‘한민전 영남위원회’ 사건(또는 ‘동창회’ 사건)은 그 발표의 시기와 구속자들의 혐의 내용에서 ‘조작’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 나오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손으로 뽑은지 얼마 안되는 민선자치단체장(김창현 울산동구청장)까지도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으로 구속한 이번 사건은 울산 현대자동차의 노사갈등이 고조되던 시기에 불쑥 발표됐다. 현대자동차의 막무가내식 정리해고와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 그리고 각계의 정리해고 반대 움직임이 가시화되던 시기, 느닷없이 10년전에 구성됐다는 ‘한민전 영남위원회’가 당국에 ‘적발’된 것이다. 이 사건 구속자들 대다수가 노동운동에 대한 지원세력이었고, 특히 김창현 동구청장은 공개적으로 정리해고 반대 발언을 해왔다는 점도 이번 사건과 ‘현대자동차’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근거들이다. 또 경찰이 ‘북한동포돕기운동’을 ‘김정일보위투쟁의 일환’이었다고 발표하고, 연행자 가운데 2명이 무혐의로 곧 석방되는 등 당국의 무리한 수사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 바 있다.


‘공안세력․악법’부터 청산해야

이렇듯 김대중 정권 아래서도 양심수가 대량 양산되는 것은 우선, 과거의 ‘공안세력’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공안세력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계속 사건과 구속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더불어 ‘국가보안법’등 악법이 온존하는 이상, 그에 따른 ‘양심수’의 양산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비뚤어진 ‘흑백논리’ 속에서 허우적대는 공안세력을 일소하고 국가보안법 등 악법의 개폐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8․15사면에서 ‘양심수 전원이 석방’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